차 빼달라고 했다가…입주민에게 5년 괴롭힘 당한 경비원

머니투데이 임현정 기자 2021.06.02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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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A씨가 공개한 입주민 B씨의 사진.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손가락 욕을 하고 있다.  /사진=보배드림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A씨가 공개한 입주민 B씨의 사진.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손가락 욕을 하고 있다. /사진=보배드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이 주민으로부터 5년 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5년 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 A씨는 근무하고 있는 단지에 주차 공간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며 "주차공간에 비해 등록 대수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이중주차나 주차공간이 아닌 구역에 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근무하는 아파트가 1500세대 규모지만 무인 경비 시스템으로 운영돼 단지 내 사무실에서 경비원 3~4명만 근무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A씨는 5년 전 "차가 막고 있어 나가기 어렵다"는 민원을 받고 차량 한 대만 이동하면 될 것 같다고 판단해 차주 B씨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동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차를 충분히 뺄 수 있는데 왜 쉬는 사람한테 전화해서 차를 빼라 그러냐? 너희가 주차 단속을 안하니까 차 댈대가 없는거 아니냐"며 분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B씨가 입주민 차가 아닌 차량을 모두 단속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A씨는 확인을 나섰으나 방문객 차량 일부와 입주민은 맞으나 아직 미처 차량을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B씨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신 후 전화를 해 "주민 스티커 안 붙어있는 차량 다 빼라. 견인을 하던 무조건 빼라"고 강요하며 5년 넘게 A씨를 비롯한 경비원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B씨에게 "사유지라 견인은 법적으로 못한다"라며 "새벽시간이니 전화는 좀 어렵고 스티커 안붙어 있는 차량도 확인해 보니까 입주민 차는 맞으니 등록 아직 안한 분들은 날 밝으면 등록하시라고 연락 돌리겠다"고 했으나 B씨는 매번 "당장해라. 왜 내가 피해를 봐야되냐?"식의 답을 했다고 밝혔다.

또 "내 차로 입구 막아놓겠다. 어차피 견인 못하니까 나도 막을거다"라고 말해 경비원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B씨가 지하주차장 카메라에 얼음을 집어 던지는 모습 /사진=보배드림B씨가 지하주차장 카메라에 얼음을 집어 던지는 모습 /사진=보배드림
심지어 B씨는 근무자가 부족해 A씨가 바로 민원에 대응을 못하자 지하주차장 카메라에 얼음을 집어던지고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손가락 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B씨를 업무방해로 신고도 해봤지만 "벌금 1000만원 낼테니 끝까지 해보자"며 경찰이 있는 앞에서도 따졌다고 밝혔다.

A씨는 "이 주민 때문에 그동안 못하겠다고 그만둔 대원들도 10명이 넘는다"며 "5년전 일을 가지고 기분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식으로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받아야 할 정도로 그게 잘못한 일인지는 정말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누리꾼들은 "아파트 입대위는 뭐하냐" "저희 아버지가 경비일을 하셔서 그런지 남일 같지가 않다" "힘내라" "잘 해결되길 바란다"며 공분했다.

한편 지난 1월 5일부터 경비원 등에 대한 갑질을 금지하는 공동주택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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