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누군가엔 백신 부작용 확률 100%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2021.06.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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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의 부작용이 아니고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여전히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저질환이 없이 멀쩡히 살다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이후 사지마비가 왔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 많이 속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경기도의 재활치료병원에서 일하는 26세 A씨는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구토·오한·발열에 이어 사지가 마비되는 증상으로 입원했다. 백신 접종 한 달 전 건강검진도 받았다. 그런데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이후 그는 재활치료에 2000만원이 넘는 돈을 부담했지만 정부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청와대 청원글을 올려봤지만 정부의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언론의 도움을 요청했고, 머니투데이가 그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기사에 관심이 쏠렸지만 정부는 "백신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이라며 보상을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A씨는 아직도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주 중으로 1차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A씨 가족은 "우리 입장에선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생겼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민간인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앞으로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많이 나타날 텐데 자신들의 사례가 돼야 우리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낸다. 1일 현재 1차 접종자가 600만명을 넘어섰고, 상반기에만 1400만명을 접종한단 게 방역 당국의 목표다. 어림잡아도 이번 달에만 800만명이 넘는 이들이 백신을 접종할 것이란 얘기다.

지금까지 알려진 코로나19 백신의 이상반응이 전체 접종자의 0.5%이고, 중증·사망은 이보다 훨씬 적은 0.001%다. 산술적으로 1000만명 당 코로나 백신 이상반응이 나올 확률은 5000명, 중증·사망은 100명 정도다. 전례를 바탕으로 나온 확률과 통계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부작용이 더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세상의 부작용이 없는 약이나 치료는 없다. 아무리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 받았다고 해도 이는 절대명제다.


각 개인으로 보면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이 나올 확률도 적고 그 부작용이 위중할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하지만 이 지극히 낮은 확률이 자신이나 가족이 부작용의 당사자가 됐을 때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남들에겐 0.001%란 낮은 확률이 당사자에겐 100%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멀쩡했던 당신(혹은 가족)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전에 없던 고통에 시달린다면, 그냥 '재수가 없었다'라는 말로 넘길 수 있을 리 없다.

정부는 11월 집단면역을 목표로 백신 접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상당수의 국민이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을 안은 채 사회 전체의 집단면역을 위해 기꺼이 백신 접종에 나서고 있다. 백신이 줄 효익이 부작용에 비해 크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부작용 보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백신 접종을 마칠 경우 각종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도 필요하지만, 코로나19 백신 보상 및 지원 기준을 낮춰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정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저질환이 있다고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심한 이상반응을 겪는 국민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는 건 잘못됐다. 더 적극적으로 철저하게 보상해 정부가 확실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예방접종을 유도할 수 있다."

직업병 재해처럼 꼭 백신으로 인한 이상반응이 아니더라도 백신이 기저질환의 악화나 이상반응 발생에 일부 관여했다면 보상해야 한다는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의 말을 새겨들을만하다.

지난해 14조원 이상을 쏟아부어 전국민에게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정부가 올해도 15조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한 '전국민 위로금'을 줄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을 향한 정부의 따뜻한 애정과 예산의 극히 일부만이라도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가는 건 어떨까. 극히 미미한 확률이라는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이 자신에겐 100%가 돼 고통을 호소하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면 이에 대해 강력한 책임을 지는 것도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지금도 이 순간에도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을 보듬어야 제대로 된 국가가 아닐까.
[광화문]누군가엔 백신 부작용 확률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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