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 소환에 32억 몰렸다...팬덤까지 품은 크라우드펀딩[빅트렌드]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1.05.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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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서비스 판로 크라우딩펀드, 아티스트-팬 연결 통로로 활용...'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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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아이즈원이 31일 오후 서울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30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제공 = 스포츠서울 /사진=김창현 기자 chmt@걸그룹 아이즈원이 31일 오후 서울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30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제공 = 스포츠서울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지난달 활동을 종료한 아이돌 그룹 '아이즈원(IZ*ONE)'의 리런칭(재활동)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모금액이 32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모든 펀딩 플랫폼을 통틀어 현재까지 진행된 단일 펀딩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그동안 크라우드펀딩이 제품·서비스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해 예술 활동에 전념하도록 하고 수익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즈원 소환에 32억 몰렸다...팬덤까지 품은 크라우드펀딩[빅트렌드]
26일 크라우드펀딩 기업 와디즈에 따르면 아이즈원의 리런칭을 위한 '평행우주 프로젝트' 펀딩 모금액은 전날 기준 32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펀딩에는 약 2만여명이 참여했다. 다음달 21일까지 진행되는 만큼 모금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와디즈에서 진행된 펀딩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모금한 사례는 가성비 노트북 '베이직북(20억원)'이다. 이어 △제누이오(이탈리아 명품 스니커즈) 18억원 △샤플(캐리어·백팩) 15억원 순이다.



다른 펀딩 플랫폼에서는 2019년 텀블벅에서 진행된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정식 OST 발매' 프로젝트가 26억원을 모금하며 국내 최대 규모 타이틀을 얻었으나 이번 아이즈원 리런칭 펀딩에 타이틀을 내주게 됐다.

성숙해진 크라우드펀딩…제품만 파는 곳 아니다
아이즈원 소환에 32억 몰렸다...팬덤까지 품은 크라우드펀딩[빅트렌드]
아이즈원은 2018년 8월 Mnet '프로듀스48'을 통해 결성돼 10월29일 데뷔했다. 예정대로 2년 반의 활동을 마치고 지난달 28일 해체했다. 아이즈원 팬 연합 '위즈원(WIZ*ONE)'은 활동 연장을 요구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리런칭 펀딩을 추진했다.

평행우주라는 펀딩 프로젝트 이름은 아이즈원의 온라인 콘서트 'ONE, THE STORY'에서 공개된 신곡 평행우주에서 따왔다. 아이즈원과 위즈원의 시간은 평행세계에서 영원히 존재 할 것이라는 의미가 담긴 노래다.


이번 펀딩은 단순히 아이돌을 지지·후원하는 팬덤에서 벗어나 팬들이 직접 소비자로서 펀딩을 기획하고 아이돌의 재활동을 돕는 최초 사례다. 펀딩이 '팬슈머(팬+소비자)' 플랫폼으로서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확장성을 보여준다.

지난달 그룹 하이라이트(옛 비스트)의 예능 프로그램 복귀와 함께 진행한 '포토북 굿즈' 펀딩의 경우 오픈예정 페이지 개설 30분 만에 알림 신청자가 1000명을 넘었고, 현재까지 1억6000만원의 펀딩을 모집하기도 했다.

이 같은 팬슈머 펀딩 규모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와디즈의 올해 1~4월 공연·컬쳐 분야 펀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프로젝트 오픈 35개→45개 △펀딩금액 9억8000만원→42억원 △서포터(펀딩 참여자) 5180명→2만3137명으로 크게 늘었다.

와디즈 관계자는 "초기 크라우드펀딩은 자금이 필요한 중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이 제품·서비스 출시를 위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펀딩 생태계가 성숙해지면서 여러 메이커가 다양한 목적을 갖고 펀딩을 열고 있다"고 했다.

위즈원 측은 △펀딩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 △국내 최대 규모인 350만명의 서포터 △카테고리별 전문 PD(Project Director)를 통한 컨설팅과 지원 등 펀딩 절차의 성숙성을 고려해 여러 플랫폼 중 와디즈에서 프로젝트를 열었다고 밝혔다.

성숙해진 펀딩 문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키운다

아이즈원 소환에 32억 몰렸다...팬덤까지 품은 크라우드펀딩[빅트렌드]
아이즈원 리런칭 프로젝트는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진다. 이날부터 30일까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공간와디즈 1층 컨셉룸에서 평행우주 여행자 카드세트와 미니포스터 증정을 비롯해 아이즈원 관련 전시와 나눔 행사가 진행된다.

이는 크라우드펀딩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문화·공연·예술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돌 팬덤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독자적인 창작 활동을 활성화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크리에이터 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어 펀딩 플랫폼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다루는 다른 기업들도 성장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크리에이터 후원 플랫폼 기업인 '패트리온'이 대표적인 사례다.

패트리온은 팬들이 크리에이터에게 후원하고 독점적인 보상 콘텐츠나 상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펀딩과 구독형 멤버십을 혼합한 형태다. 크리에이터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얻으면서 팬덤을 관리할 수 있다.

약 700만명에 이르는 팬들이 매년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를 후원한다. 당초 인디 뮤지션을 돕기 위해 기획했으나 지금은 애니메이션·게임 등 서브컬처 분야를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달 기준 패트리온의 기업가치는 5조원대로 추산됐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스타트업과 사업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크리에이터 시장은 팬슈머의 결집력과 플랫폼의 성숙도가 성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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