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충돌 격화…유엔 총장 "즉각 멈춰라", 中은 美 '저격'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1.05.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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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배하는 가자지구의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에 화염이 치솟고 있다.  /AFP=뉴스1  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배하는 가자지구의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에 화염이 치솟고 있다. /AFP=뉴스1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6일(현지시간) 해법 논의를 위한 첫 공개회의를 큰 소득 없이 마쳤다. 미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 이스라엘의 방위권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 곤혹스러운 상황인 가운데 '외교적 관여'를 강조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 사태에 대한 즉각적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안보리 차원의 공동대응 없이 참여국은 각자의 주장을 내놨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사일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대응이 국제법에 부합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리야드 알말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외무장관은 "각국이 이스라엘에 방어권을 거론해줘 (이스라엘이) 잠을 자고 있는 가족 전체를 계속 살해하도록 대담해지게 한다"고 맞섰다.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옹호한 미국에 대한 비판이다.

중국은 미국 비난을 거들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유감스럽게도 단지 한 국가의 반대로 안보리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을 '저격'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책임감을 갖고, 긴장 완화에 있어 국제사회 대부분과 함께 안보리를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미국은 외교적 관여를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은 갈등의 중단을 위해 외교적 채널로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면서 "미국은 당사자들이 휴전을 추진한다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무슬림 명절을 기념하는 행사에 보낸 사전 녹화 영상에서 "(미국) 행정부는 지속적 진정 상태를 위한 협력을 위해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지역의 다른 파트너들과 계속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무마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자신의 취임 후 첫 통화를 통해 미국과 팔레스타인 간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 분쟁 사태를 외교적으로 풀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재차 내놓은 것이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이집트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외교장관과 잇따라 통화해 이번 사태의 진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가자지구=AP/뉴시스]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북부의 베이트 하노운 마을에서 주민들이 지난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집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1.05.14. [가자지구=AP/뉴시스]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북부의 베이트 하노운 마을에서 주민들이 지난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집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1.05.14.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등의 로켓 공격에 맞선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측 민간인 사망자가 연일 늘어나면서 미국의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마냥 두둔하기엔 곤혹스러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16일 단행한 공습으로 어린이 10명을 포함해 최소 42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 가자 지역 내 사망자 수도 최소 188명으로 늘어났다. 이스라엘에서는 10명이 하마스 등의 로켓 공격으로 사망했다. 여기에 지난 15일 이스라엘군은 AP통신,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 등이 입주한 가자지구내 12층 건물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영국 런던 등 미국과 유럽 도시에선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에 종식을' 등의 문구를 든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인권 등의 가치를 강조해 온 바이든 정부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실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이번 분쟁에 편승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연일 내놓고 있다. 그는 16일 미국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그 건물(15일 이스라엘이 폭격한 AP 통신 입주 건물)에는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의 정보기관이 입주해 있었다"며 "그 건물은 완벽하게 정당한 공격 목표"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인터뷰에서 "질서를 복구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기 바란다. 즉시 (끝나지)는 아닐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자지구 폭격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나오는 것은 하마스가 민간인 거주지역 인근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때문"이라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가진 대국민TV 담화에서도 "이번 충돌의 책임은 우리가 아닌 우리를 공격하는 자들에게 있다"며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쟁은 지난 7일 동예루살렘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이 충돌해 촉발됐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경찰 철수를 요구하며 10일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발사했고, 이후 이스라엘이 전투기로 가자지구를 공습하면서 분쟁이 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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