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업고 몸집 불린 경동나비엔, '1조 클럽' 청신호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5.1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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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친환경 규제와 보조금 사업, 해외에선 날씨 호재로 매출 급증

하남 스타필드 일렉트로마트 내 경동나비엔 체험매장. /사진=경동나비엔하남 스타필드 일렉트로마트 내 경동나비엔 체험매장. /사진=경동나비엔


보일러 업체에서 생활환경기업으로 도약을 꾀하는 경동나비엔의 '매출 1조원 클럽 가입'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기조에 발 맞춘 제품 라인업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사업도 '텍사스 한파' 등 들쑥날쑥한 날씨의 도움으로 탄력을 받았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2325억5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9% 늘었다. 영업이익은 241억9200만원으로 92.9% 성장했다.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보다 3.6%p가량 늘어난 10.4%를 기록하면서 양과 질을 한꺼번에 잡았단 평가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여파 속에서도 8734억원의 매출을 내며 호실적을 낸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보일러, 온수기 등 주력 제품들의 판매가 국내와 해외 모두 호조를 보이면서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정책 규제와 한파 등 예측 불가능한 날씨 등 외생변수가 사업을 옥죄는 리스크로 작용하지만, 경동나비엔에겐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 시장은 친환경 규제 덕을 봤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친환경보일러 의무화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했다. 환경부의 설치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올해는 3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는데, 이미 연초에 서울 등 대부분 지역에서 지급액이 소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콘덴싱보일러 판매가 보일러업계 점유율과 비슷한 곡선을 그린다는 점에서 경동나비엔이 가장 수혜를 입은 것이다.



글로벌 사업은 날씨의 도움을 받았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1분기 해외시장에서 1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는데, 무엇보다 미국 등 북미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지난해 1분기 920억원대였던 매출액이 1180억원 수준으로 고성장한 것으로 관측된다. 비우호적인 환율과 물류흐름 등 비용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낸 것이다.
경동나비엔 청정환기시스템 '키친플러스'. /사진=경동나비엔경동나비엔 청정환기시스템 '키친플러스'. /사진=경동나비엔
지난 2월 미국 텍사스주에 닥친 이상한파 등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가스온수기부터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까지 북미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등 시장 지배력을 갖춘 만큼 악천후로 쏠린 소비자들을 흡수한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경동나비엔이 하반기에도 호성적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콘덴싱 보일러에 이은 두 번째 친환경정책 수혜 제품인 '청정환기시스템'도 파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이슈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환기시설 의무사용 기준을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으로 강화하면서 판매에 탄력을 받고 있다. B2B(기업간 거래) 시장이 중심이지만, 하남 스타필드에 체험형 매장을 설치하는 등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시장도 접점을 확대하는 이유다.

친환경보일러 보조금이 소진되고 날씨가 더워지며 판매량이 다소 저조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물류비용 등의 리스크가 여전하지만, 경동나비엔은 기술 경쟁력으로 이를 만회한단 계획이다. 지난달 경동원의 플라스틱(PL)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가져오기로 결정하면서 원가절감 등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주택분양 경기와 리모델링사업 호조로 수요가 폭증 중이고 국내는 콘덴싱의무화에 따른 점유율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청정환기시스템 등 신규아이템 매출의 성장세가 가팔라 질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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