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라인도 없는데…삼바 코로나 백신으로 주목받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1.05.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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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3월 제1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3월 제1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770,000원 ▼10,000 -1.28%)의 코로나19(COVID-19) 백신 생산 가능성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1위 CMO(의약품 위탁생산) 기업이지만 아직 백신 생산공정을 갖추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미 생산시설은 항체의약품과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으로 풀가동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나선다면 국내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와 바람도 나온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장기적 성장동력으로 백신 사업을 꼽은 바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CMO 역량을 기반으로 앞으로 백신 사업에 뛰어들겠단 계획이다. 다만 언제 어떤 백신을 택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8월 화이자 백신 생산에 대해선 단호하게 부인했다. 12일 공시를 통해 "'삼성바이오, 화이자 백신 만든다'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치료제로 3공장까지 풀가동…백신 생산 설비 없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현재 코로나19 백신 관련 설비를 구축하거나 생산을 준비 중인 상황이 아니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코로나19 치료제 생산 대응만으로 빠듯하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3공장 모두 현재 최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가동 중이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 중인 4공장은 2022년 말에야 부분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백신을 생산하고 싶어도 캐파(생산능력)가 부족하단 의미다.

백신 라인도 없는데…삼바 코로나 백신으로 주목받는 이유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현재 모든 라인이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에 치중하고 있다"며 "현재 백신 설비 자체가 없고, 라인을 설치 중이란 얘기도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백신이 누구나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신은 생산 절차가 복잡하고 상당한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화이자를 비롯한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기업이 기술이전을 쉽게 해주지 않는 만큼 생산과 관련한 조건이나 설비 요건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생산을 하고 싶어도 기술 계약과 라인 구축 등 물리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특히 백신은 다른 의약품보다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고 공정이 매우 철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그럼 삼성바이오로직스 백신 생산 못하나?
그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은 불가능할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백신 생산에 대한 이야기가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는 그만큼 국내 백신 수급 환경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 정부가 한 국내 기업이 오는 8월 코로나19 백신 대량생산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여러 국내 기업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백신 사업을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겠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명에도 코로나19 백신 생산이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 3월 제1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백신 등 신약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백신 회사와 협의하고 설비 구축에 나설 경우 생각보다 멀지 않은 기간 안에 생산 라인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계약 관계 때문에 공식 발표가 가능한 시점까지 백신 생산 관련 내용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물밑에서 백신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면, 뛰어난 CMO 역량을 기반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백신 생산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확보한 글로벌 제약회사 네트워크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화이자 백신 일부 물량이 국내에 조기 도입되도록 지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화이자 간 관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화이자 백신 도입과 관련한 공식 계약 절차는 정부와 화이자 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정무적 환경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연계해 고려해야 한다는 접근법도 거론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경우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정부에 단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백신 생산 부인 공시에 앞서 "백신 CMO 계약이 확실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라며 "올 하반기 4공장 조기 수주도 기대할 수 있어 항체 치료제 CMO 업황 역시 좋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앞선 회사측 발표대로 백신 사업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언제 할지 지금은 알 수 없고, 현재 백신 생산과 관련해 준비하고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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