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선호씨/사진제공=이철우씨
경기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던 고(故) 이선호씨(23)의 장례가 21일째 이어지고 있다. 유족과 친구들은 선호씨의 억울함이 풀리기 전까지는 장례를 치르지 않을 계획이다.
12일 오전 경기 평택시 안중백병원에 마련된 선호씨의 빈소에서 동갑내기 친구 이철우씨는 빈소를 지키며 친구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취침 시간을 제외한 하루 대다수의 시간을 빈소에서 보내며 다른 친구들과 교대로 밤을 새는 일도 빈번하다. 밤을 꼬박 새운 다른 친구는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다.
유쾌하고 사려 깊었던 선호씨
12일 오전 경기 평택시 안중백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선호씨(23)의 빈소를 동갑내기 친구 이철우씨가 지키고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
이어 "조문 첫날과 둘째날 선호 친구만 100명이 넘게 왔다"면서 "선호가 워낙 발이 넓고 친구들에게 잘해 애정있는 친구들이 주위에 많았다"고 밝혔다. 직장이나 학교를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운 다른 친구들도 틈이 나면 빈소를 찾는 등 선호씨에 대한 친구들의 애정이 각별했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선호씨와 고등학교 동창으로, 사고 바로 직전 주말에도 선호씨를 만났다. 선호씨가 평택항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더라도 주말에 만나 술도 한 잔하고 게임도 같이 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러기에 그는 선호씨의 비보를 듣고 믿지 못했다. 이씨는 "집에서 쉬고 있는데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사망 소식을 전했다"면서 "실감이 안나 멍 때리고 있다가 빈소에 오니까 '이제 죽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
친구들과 함께 식당에서 사진을 찍은 고(故) 이선호씨의 모습. 파란원에 있는 사람이 선호씨다. /사진제공=이철우씨
이씨는 결국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씨는 "정부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이미 일어났다"면서 "앞으로라도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법을 개정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고 관련 합동조사를 위해 평택항에 있다가 빈소에 잠시 들린 부친 이재훈씨도 "인건비 조금 아낄려고 법에서 정한 안전요원을 없앤 것이 (사망의) 첫째 원인"이라면서 "A씨의 사과는 도의적인 차원이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정한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