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여행 못간 부자들, 남는 돈으로 '이것' 사들였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1.05.1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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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상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과 남창우 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이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가계소비' 보고서를 발표했다./사진=KDI조덕상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과 남창우 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이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가계소비' 보고서를 발표했다./사진=KDI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제네시스 GV80' 차량을 구입했다. 6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처음에는 구매를 망설였지만,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해외여행·외식이 제한돼 통장에 월급이 쌓이는 게 보였고, 어차피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해야 한다면 이자비용이 적을 때 차를 구입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집값이 별로 오르지는 않았지만 일단 내 집이 있고, 이자율도 낮은 상황이니 지금 좀 굵직한 소비를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대면소비가 감소하면서 늘어난 소비여력이 비대면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A씨처럼 고소득층에선 자동차 구매가 특히 활발했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가계소비'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는 2020년 '소비지출 규모가 동일하되 코로나 사태에 따른 사회활동 제약이 없었을 경우'에 해당하는 가상의 소비구성과 실제 소비구성 간 차이를 분석하고, 소득분위별 기여도를 도출했다.

분석 결과 코로나 사태에 따른 내구재의 소비구성 변화율은 16.4%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인해 내구재의 지출이 16.4% 증가하고 나머지 소비지출이 내구재 지출의 16.4%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감소했다는 의미다.



내구재 소비구성 변화율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자동차 등 운송기구' 구입에 대한 소비구성 변화는 17.2%였는데,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기여가 27.4%포인트에 달했다. 반면 3분위 기여도는 -7.4%포인트, 4분위 기여도는 -4.4%포인트로 각각 나타났다. 5분위의 '준내구재 및 대면서비스' 기여도가 -6.6%인 점을 고려하면, 고소득가구는 외식·여행 등을 줄여 확보한 소비여력으로 자동차를 구매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내구재 중 '가구·가전 등'의 소비구성 변화는 3분위·4분위에서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가구·가전 등'의 소비구성 변화율은 15.1%인데, 기여도를 살펴보면 3분위가 3.5%포인트, 4분위가 5.5%포인트, 5분위가 6.5%포인트였다. KDI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구의 대면소비 감소에 따른 소비여력 증가는 주로 중소형 내구재 구입을 유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향후 코로나 확산이 잦아들면 가계소비의 회복세가 그동안 부진했던 대면소비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로 변화한 소비구성이 정상화되는 가운데 기저효과도 반영되면서, 비대면소비의 증가율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KDI는 "가계소비는 코로나 집단면역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완화적인 거시경제정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낮은 이자율이 코로나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을 완충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가계소비를 비롯한 경기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DI는 또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가계의 시장소득 감소가 추가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합리적인 범위와 수준에서 재정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중간소득계층에서 코로나 확산에 따른 소비 충격이 크게 나타난 만큼 경제주체별 소득수준과 함께 소득 충격의 규모도 함께 고려해 정부 지원의 대상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효과적인 방역이 가계소비 회복의 핵심요소라는 점에서 방역정책의 수용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조치로 인해 사회적 비용을 크게 부담하는 계층에 대한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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