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재시동에 술렁이는 법조계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1.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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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 대해 법조계나 학자들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남은 검찰 개혁 과제란 사실상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을 통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도를 가리킨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수사 역량을 충분히 끌어올렸다는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중수청을 설치하면 국가 수사역량이 전체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당 일각 "검찰개혁 추진" 의사 강하게 밝혀
/사진=뉴스1/사진=뉴스1


11일 법조계·정치권에 따르면 추가적인 검찰 개혁을 지체할 수 없다는 목소리는 기존에도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던 민주당 의원 등을 중심으로 표출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민생 살리기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도 "촛불혁명 이후 21대 국회에 국민들이 요구해온 검찰, 언론개혁을 어떻게 해나갈지도 다 과제다. 검찰, 언론개혁을 분명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수사기소권완전분리 테스크포스(TF) 의원들도 같은 날 국회에서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소분리 TF는 이낙연 전 대표 임기가 끝나며 활동이 종료된 상태로, 재가동을 위해서는 민주당 지도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다만 박주민·김용민·황운하 의원 등 중수청 설치 등 강경 개혁 성향 의원들이 속해 있어, 개혁에 다시 시동을 걸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민 의원은 2일 전당대회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뒤 강경 개혁 의지를 표했다. 김 최고위원은 다음날 열린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검찰개혁특위가 다시 신속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민주당이 중단 없이 유능하게 개혁을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최고위원으로서 원동력이 되겠다"고 말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넘는 '검수완박' 가나
현재 검찰 직접 수사를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로 제한한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완료된 상황이다. 이와 같은 '검찰개혁 시즌1'이 끝난 상황에서 나머지 개혁은 '시즌2'라고 언급됐던 중수청 설치와 검찰의 공소청화를 뜻한다.

관련 법안으로는 김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검찰청법 폐지안, 황 의원이 2월 발의한 중수청 설치법안 등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 등에 따르면 중수청이 설치될 경우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수사권은 모두 중수청으로 이관된다. 아울러 검찰청은 폐지 후 공소청으로 바뀌어 수사 외 공소 제기와 유지, 법령의 적용 청구 업무 등을 맡게 된다.

"중수청 설치 시기상조…국가 수사 능력 저하 못 피할 것"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개혁보다는 민생에 방점을 찍은 만큼 강도 높은 개혁은 당분간 유보될 수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윤 원내대표가 "(개혁을) 새로 구성되는 지도부와 협의해 추진하겠다"면서도 "분명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점, 김 최고위원 등 개혁 성향 의원이 지도부에 선출된 점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조계나 학계 전문가들은 중수청이 설치될 경우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국가적 수사 능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형법 전문가 A씨는 "중수청 인력은 대부분 경찰에서 충원될텐데, 현재 경찰이 중대범죄 수사에 있어서 검찰보다 낫다는 증거 지표가 없다. 당장 3기 신도시 투기 수사 때만 해도 검찰 힘을 빌리지 않았냐"며"개혁파들은 중수청 설치로 형사사법체계가 발전된다고 생각하니 추진할텐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생긴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도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중수청으로 양질의 국수본 경찰들을 옮기면 국수본이 망가질 수 있다"며 "검찰청이 사라지고 경찰 주요 인력이 빠지면 국가적 수사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수처와 검·경 간 이첩 시기도 조율 안됐는데, 중수청까지 껴버리면 혼란이 더 커진다"며 "중수청 설치는 당분간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남은 검찰 개혁 법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검찰청은 헌법이 존재를 보장하는 기관인데, 이를 없애고 공소청을 만드는 것 자체가 위헌 논란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영·미 형사 체계를 모델로 삼아 진행됐는데, 미국조차도 마약범죄 등 일부 큰 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한다. 부패 경찰의 범죄 연루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이 모델을 따라 검찰에 6대범죄 수사권을 남긴 것인데, 이 마저도 뺏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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