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일 서울대공원 식물원. /사진=뉴스1
더워지고, 비 거세졌다…폭염·열대야·호우↑29일 기상청이 1912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110여년 간 기후변화 추세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기온이 10년마다 0.2도 상승했다. 특히 최근 30년(1991∼2020년) 동안 100여년 전 30년(1912∼1940년)에 비해 연평균기온이 1.6도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폭염·열대아 등 더위 관련 극한기후지수도 뚜렷하게 늘었다.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 동안 폭염은 1일, 열대야는 8.4일 증가했다. 반면 기온이 상승하면서 한파·결빙 일수는 각각 4.9일, 7.7일 줄었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극심한 더위 현상뿐만이 아니라 집중 호우 등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극한기후현상이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나타난다"면서 "재난·재해뿐만 아니라 국민 일상건강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변화하는 24절기…"세기 말에는 아열대 기후로 변화"극한기후와 지구온난화로 사계절과 24절기도 변화하고 있다.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여름은 최근 30년 간 평균 118일을 기록하면서 가장 긴 계절이 됐고, 가을은 69일로 가장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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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봄과 여름 시작일이 각각 17일, 11일 빨라지면서 올해의 경우 서울 벚꽃이 99년 만에 가장 일찍 개화하기도 했다. 과거 봄이 3월 중순 쯤에 시작됐다면 이제는 3·1절로 앞당겨졌다.
계절 변화와 기온 상승으로 24절기 역시 변화를 맞았다. 봄·여름이 보다 빠르게 찾아오면서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과 여름 시작을 나타내는 '입하'의 과거 기온이 나타나는 시기가 각각 13일, 8일 앞당겨졌다.
특히 겨울과 봄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가장 추운 절기였던 '대한'의 경우 3도 가량 오르며 영상 기온(-2.1도→0.9도)을 나타내기도 했다. 가장 큰 추위를 나타내는 절기가 이로 인해 대한에서 '소한'(-1.2도→0.8도)으로 바뀌는 상황이다.
김정식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장은 이날 오전 관련 브리핑에서 "기온상승의 주범이자 원인은 온실가스"라면서 "올해 서울 벚꽃이 99년만에 가장 이른 시기에 개화했는데 그만큼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시화 영향으로도 기온이 상승한다"면서 "지난 109년 간 도시화 효과에 따른 기온 상승은 전체의 3~11%로 보고있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이어진다면 한국의 기후 역시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 8개월 가까이 유지되는 경우 아열대 기후라고 부른다"면서 "최근 시나리오를 검토해봤더니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1세기 말에 충청도까지 아열대 기후로 변화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예측했다.
이번 분석은 100년 이상 관측자료를 보유한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목포, 강릉 등 6개 지점의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기상청은 이번 분석결과를 국민 기후위기 인식전환을 위한 교육·홍보 및 기후변화 대응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이번 분석을 통해 과거 한 세기 한국의 기후변화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며 "다시 한번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까지 숨 가쁘게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