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본질에 집중한 '킹덤' 속 빛나는 자취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1.04.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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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사진출처=Mnet '킹덤' 방송화면아이콘, 사진출처=Mnet '킹덤' 방송화면


그룹 아이콘(iKON)의 Mnet ‘킹덤 : 레전더리 워’(이하 킹덤) 출연은 꽤 의아한 행보였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의 타사 서바이벌 출연은 최초였고, 대외적 이미지 역시 콧대 높다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실이 어떻든 아이콘의 겉포장은 화려했고, 이 시점에 포장을 뜯는 건 모험에 가까워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킹덤’은 출연진 한 명의 일차원적인 경쟁을 그리는 타 서바이벌과 달리 출연진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자존심 싸움으로 얽혀있다. 아이콘뿐 아니라 소속사, 팬덤까지 같이 경쟁 구도에 놓인다. 좋은 소속사를 두고 일본 도쿄 돔 투어까지 했던 아이콘으로선 기존 이미지를 잘만 유지해도 활동 영위엔 큰 무리가 없었다. 얻을 것보단 리스크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건 그만큼 이룩해놓은 업적이 많다는 이야기다. 공전의 히트곡 '사랑의 했다'로 얻은 값진 트로피들과 타국에서 대규모 관중석을 가득 메웠던 영광의 순간들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찰나의 순간을 뒤로 하고 아이콘은 초심을 다지며 스스로 서바이벌 무대에 올랐다. 과거의 명성을 취하기보단 한걸음 나아가기로 결심한 듯했다.

사실 아이콘의 최근 성적들은 좀 애매했다. 팀내 리더이자 프로듀서였던 비아이의 탈퇴는 아이콘에게 꽤 타격을 줬고, 이를 방증하듯 최근 발매한 노래들의 성적은 지지부진했다.1위 가수에서 상위권 가수가 되더니 가장 최근작인 '왜왜왜'는 실시간 음원차트에서 찾아볼 수도 없었다. 안타깝지만 아이콘이 처한 현재의 상황은 그랬다. 그럼에도 아이콘은 늘 그래왔듯 자신감 넘치고 아무렇지 않게 활동을 이어왔다. 그리고 자신감을 좀 더 발현시켜 우물 밖 세상까지 발을 디뎠다. '안전'과 '도전'의 사이에 아이콘이 택한 건 도전을 통한 가치의 발로였다.



아이콘, 사진출처=Mnet '킹덤' 방송화면아이콘, 사진출처=Mnet '킹덤' 방송화면
결의로 가득 찼던 아이콘은 성적에 대한 중압감은 있었어도 설마 꼴찌가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콘은 '킹덤' 대면식 100초 퍼포먼스 무대에서 꼴찌를 했다. 뼈아픈 첫 우물 밖 시련이었다. 이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대중뿐 아니라 동료, 전문가, 팬덤에게 수치로 무대를 평가받기 때문이다. 스스로 만족한 무대를 꾸몄어도 수치로 된 성적을 받아들 때 마음이 동요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더욱이 성적이 좋지 않다면 침울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직면할 때 비로소 일류와 이류가 구분된다. 성장하느냐 정체하느냐의 차이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다’라는 말은 곧 의연한 대처와 앞으로 나아감을 뜻한다. 얼굴에 띠는 미소가 아닌, 마음에 새기는 각오다. 그리고 아이콘은 꼴찌라는 암초를 만났을 때 스스로 일류임을 증명했다.



이때 아이콘은 초심을 새겼다. 경쟁자들에겐 존경심을 가졌고, 화려한 겉치장보단 자신들의 색깔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유독 아이콘의 무대가 타 아티스트들에 비해 단출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퍼포먼스와 노래에 집중한 K-팝의 본질을 살렸기 때문이다. 무대 장치가 아닌 실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아이콘의 각오다. 그렇게 탄생한 1차 경연의 '사랑을 했다'와 '죽겠다' 매시업 무대는 화려한 제스처와 멋이 깃든 표정 연기, 흥 넘치는 퍼포먼스만으로 무대를 꽉 채웠다. 2차 경연에선 에이티즈의 ‘인셉션(INCEPTION)’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재해석, 다시 한 번 무대 본연의 본질에 집중하며 노래와 퍼포먼스만으로 멋들어진 무대를 완성했다. 복잡한 서사와 화려한 무대 장치가 엉킨 자극적인 공연들이 이어지자 오히려 아이콘의 무대는 차별화되어 빛났다. 기본에 출신한 평양냉면처럼 슴슴하지만 꽉 찬 내실로 시청자들의 입맛을 충족시켰다.

이를 방증하듯 아이콘은 1차 경연 동영상 조회수 평가와 글로벌 평가에서 각각 2위, 3위로 상위권에 오르며 반전의 도약을 예상하게 했다. 아이콘의 '킹덤' 여정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 분위기다. 가치의 발로를 위한 모험에서 '괜찮은 결말'을 향한 이들의 걸음에 자연스레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한수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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