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00℃] 남한의 '킹덤', 북한에도? 관심 폭발 '경연'의 세계

뉴스1 제공 2021.04.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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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즐기는 노래 경연…남북 오디션의 역사

[편집자주][북한 100℃]는 대중문화·스포츠·과학·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코너입니다. 뉴스1 북한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관점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Mnet '킹덤' 포스터.© 뉴스1Mnet '킹덤' 포스터.© 뉴스1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글로벌 K-POP 아이돌들의 퍼포먼스 대격돌. 더 강력하게 맞서라!"



지난 1일 시작한 남자 아이돌 경연프로그램 Mnet '킹덤: 레전더리 워'의 홍보 문구다. 10여 년 전 불어닥친 경연 프로그램 열풍은 다양한 변주를 거쳐 일반인이 아닌 아이돌 간의 경쟁 방식으로까지 이어졌다. 참가팀들의 개별 클립 영상은 조회수와 화제성에서 연일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노래 실력을 겨루는 경연은 꾸준히 인기 있는 콘텐츠다. 관영 매체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되는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은 1986년 시작해 30년 넘게 호응을 얻고 있다. 북한은 또 최근 자신들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을 맞아 경연 대회를 열었다. 오랜기간 사랑받아 온 남북의 노래 경연 방식은 어떻게 같고, 또 다를까.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평양에서 다채로운 예술공연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공연들이 지난 1월에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해 '혁명적 열정'과 낭만을 북돋아주고 있다고 묘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평양에서 다채로운 예술공연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공연들이 지난 1월에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해 '혁명적 열정'과 낭만을 북돋아주고 있다고 묘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누구나 도전하는 '국민 오디션' 혹은 '인민 오디션'?

남한의 경연 프로그램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슈퍼스타K(Mnet), 위대한 탄생(MBC), K팝스타(SBS) 등이 초기 '인기몰이'를 했다. 특히 노래 경연 프로그램의 시초라할 수 있는 슈퍼스타K에는 시각장애인, 노인 등 다양한 실력자들이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북한도 정치범 추방가족 등 사상 문제가 있는 인민이나 음악 예술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누구나 경연에 참가할 수 있게 했다. 조선중앙TV '노래 경연' 참가자들은 노동자, 농민, 사무원, 대학생, 가정부인, 가족 총 6개 부문에서 독창, 중창 경연을 펼친다. 이들도 남한처럼 각 지역 예선을 거쳐 준결승, 결승으로 순차 진출하는데 이 과정이 약 5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북한은 올해 태양절을 맞아 군중예술경연도 펼쳤다. 전국의 도, 시, 군(구역)급 기관들과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예술소조 모두 참가할 수 있게 했다. 시, 군(구역)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들은 도 경연에 참가해 최종 순위를 겨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단위 경연은 하지 않았지만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경연 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 외에도 군인 가족 예술 경연, 민족음악 경연 등 다양한 분야의 노래 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북한 음악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찬양과 선전용 가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인민들의 소양과 결속력을 높이는 데 노래 경연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심사위원들의 심사평도 관전포인트…냉정과 격려 사이


심사 도중 눈물을 흘린 가수 이하늘.(슈퍼스타K5 갈무리)© 뉴스1심사 도중 눈물을 흘린 가수 이하늘.(슈퍼스타K5 갈무리)© 뉴스1
"인생을 노래하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떻게 선생님의 인생에 불합격을 드리겠습니까." (Mnet 슈퍼스타K5 中)

경연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로 빼놓을 수 없는 건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다. 대중가수로 이뤄진 남한의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의 실력에 실랄한 지적을 하기도 하고, 진정성에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기도 한다.

북한의 경연 프로그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중앙TV 노래경연을 보면 음악대학교원, 인민배우 등 5명의 심사위원들이 때론 냉정하지만 때론 다정한 격려의 심사평을 내놓는다.

2019년 노래경연에서 심사위원 허광수 김원균명칭음악종합대학 교원은 노래를 부르다 가사를 잊은 한 참가자에게 "결국은 멈춰섰기 때문에 등수가 없는 평가를 받게됐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반면 실수 없이 무대를 소화한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좋은 목소리로 풍부한 감정을 살려서 노래를 잘 불렀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다만 북한 경연에선 '사상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라는 게 남한과 큰 차이점이다. 결승전에 오른 참가자들은 혁명가요나 전시가요 1곡, 자유곡 1곡 총 2곡을 부른다. 이 중 혁명가요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찬양이나 선전 내용을 담고 있어 가사 전달력이 매우 중요하다.

2016년 진행된 노래 경연에서는 한 참가자가 '백두산은 혁명의 고향'을 부를 때 향도의 해협은 누리를 '밝히니'를 '밝히리'로 불러 감점을 당하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감정표현, 가사 전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점수를 합산,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경연 대회 우승으로 '스타' 등극…북한은 일터로?

남한에선 높은 경쟁률을 뚫고 경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일약 '스타'가 되기 쉽다. 프로그램은 참가자의 절절한 사연을 소개하거나 경연 전 속마음 인터뷰를 진행하며 '감정 이입'을 유도한다. 단순 노래 경연을 넘은 '성장 스토리'가 프로그램과 참가자들의 호감도를 높인다. 환풍기 수리공이었던 슈퍼스타K2 출연자 허각의 우승은 '각본 없는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다.

반면 적지 않은 출연자들은 '악마의 편집'의 희생자가 되기도 했다. 지나치게 경쟁자를 의식하거나 과한 의욕을 보이는 이들이 그 대상이다.

북한 경연 프로그램도 최근 경연 참가자들의 사전 인터뷰를 삽입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참가자의 개인적인 사연을 소개하거나 다른 참가자들에 대한 경쟁심을 드러내는 '악마의 편집'은 없다. 대신 경연에 참가하는 각오와 다짐이 주를 이룬다. "심사원 선생님들의 마음에 들런지, 관람자들이 좋아해야겠는데 걱정입니다" 같은 식이다.

태양절 맞이 진행된 군중예술경연에 선발된 팀들.(우리민족끼리TV 갈무리)© 뉴스1태양절 맞이 진행된 군중예술경연에 선발된 팀들.(우리민족끼리TV 갈무리)© 뉴스1
경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들에겐 어떤 보상이 주어질까. 북한에서는 국가를 위해 일할 기회가 개인의 명예와 직결된다. 경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참가자들은 선전선동 현장에 투입돼 노동자들을 격려하는 공연을 펼친다. 물론 팬들로부터 선물과 편지를 받는 개인적 보상도 없진 않다고 한다.

이번 태양절을 맞이 군중예술경연에서 선발된 팀들도 전국 각 도 문화회관과 야외 주요 장소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었다.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는 지난 13일 평양시 문화회관에서 군중예술경연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김정숙 평양방직공장과 옥류아동병원예술소조원들의 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밝혔다.

다양해지는 남한의 경연…북한은 '장수 프로그램'으로

남한의 경연 프로그램은 인기 만큼이나 여러 변화를 겪었다. 장르로는 랩 실력만 다투는 Mnet '쇼 미 더 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부터 트로트만 부르는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 있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들만 참가한 '프로듀스' 시리즈와 무명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Jtbc '싱어게인'도 큰 인기를 끌었다. 경연 프로그램들은 장르와 참가 자격에 변주를 주며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지만 편파 판정이나 성적 조작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북한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은 형식상 큰 변화가 있진 않았다. 사상 선전 목적에서 벗어나면 안 될뿐더러 최고지도자가 직접 운영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에 변화를 주기 쉽지 않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 조선중앙TV 노래 경연의 운영 방식을 세부적으로 지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너무 경쟁적으로 점수 평가를 하지 말라"며 심사위원들이 1부터 10까지 점수판을 즉석에서 들어 점수를 내던 방식을 바꾸었다. 현재는 심사위원들이 합의해 5점 만점으로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또 예선은 합격, 불합격으로만 평가하고 점수는 준결승부터 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참가자 부류를 세부적으로 나눠 무대에 세우기도 했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 대한 최고지도자의 관심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에도 경연의 형식은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자연스러운 연출과 현장감이 늘었다. 근엄하게 앉아있던 관객들이 일어나 함께 춤추는 모습이 비춰지는 게 대표적이다.

평양 모란봉 야외무대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KBS1 갈무리)© 뉴스1평양 모란봉 야외무대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KBS1 갈무리)© 뉴스1
남북의 노래 경연이 만난다면?…상상 혹은 현실

남한 노래 경연의 원조라 할 수 있는 KBS1 '전국 노래자랑'은 2003년 평양에 진출한 적이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열린 화합의 무대였다. 20여 명의 평양 주민들이 평양 모란봉 야외무대에서 실력을 뽐냈고, 1000여 명의 평양시민들이 관람했다고 한다. 당시 사회자 송해씨는 평양 주민들이 어깨춤을 추며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사골'처럼 너무 자주 사용해 지겹다는 지적도 일부 있지만, 경연 프로그램은 그럼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노래로 감동과 위로를 주는 사람들이 꼭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노래 경연을 사랑한 남북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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