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다녔던 모 미용학원서 찍은 미용실습견. 한겨울에도 찬물로 목욕하는 개들이 많았다고 했다./사진=A씨 제공
처음에 A씨가 모 애견미용학원에 간 계기는 그랬다. 처음 간 건 2년 전이었다. 배움이 늘자, 실제 반려견으로 하는 반이 됐다. 지나다니며 반려견들이 힘들어하는 걸 봤었다. 자신이 없어 학원을 그만뒀단다. 시간이 흐른 뒤, A씨는 독하게 마음 먹고 다시 학원에 갔다. 길게 보자고, 그래서 보호소에서 자원 봉사도 하자고, 그런 마음이었다.
"살이 베이고 귀가 잘리고 혀도 잘립니다"
/사진=A씨 제공
실습 과정에서 살이 베였다. 귀가 잘리기도 했다. 혀가 잘리기도 했단다. 기를 꺾는다고 관절을 뒤트는 강사도 있었다. 가위에 살이 파인데 또 파이기도 했다. 기계가 살을 파고 들어 피가 나기도 했단다. 빗으로 눈 앞에 있는 살을 긁어 피가 나기도 했다. 발가락 사이가 찢어지기도 했다. 귓털을 뽑을 때였다. 어차피 아플 것, 한 번에 다 뽑으라며 강사가 뽑았다. 처절한 울음 소리가 났다고 했다.
이미 기가 죽을대로 죽어 대체로 다루기 쉬운 개들이라 했다. 아파도 아프다고 잘 안 했다. 싫어도 시키는 대로 했었다. 그러다 싫어서 얼굴을 빼면, 턱 밑으로 힘껏 잡아당기는 이도 있었다. 공포에 질려 있는 개들이 많았다.
A씨는 실습견들을 보며 가슴 아파 우는 날이 많았다. 학원에 다니면서도, 집에 와 유튜브를 보고 설명을 듣고 배웠다. 결국 최고 높은 자격증까진 다 못 따고, 학원을 그만뒀다. 더는 다닐 수 없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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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녔던 미용학원 실태 알렸다가, 학원 측에서 '고소' 당해
/사진=A씨 제공
그러나 우려했던 게 현실이 됐다. A씨는 15일 다녔던 모 애견미용학원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A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경찰 사이버 수사대에서 연락이 왔다. 학원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더라"라고 했다. 각오는 했는데, 막상 전화를 받으니 몸이 떨렸단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고 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가 처음 알리기로 맘 먹었던 건, 학원을 단지 벌해달란 취지가 아녔다. 이런 문제가 있었단 걸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용기내 알린 것으로 인해 힘듦을 겪고 있다. 이 소식을 듣고 A씨를 지지하는 이들은 "함께 싸우겠다, 적반하장"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미용학원 감독, 철저히 할 규정 마련해달라"
애견미용학원의 동물학대를 조사하고 처벌하고 관리감독해달라는, A씨의 청와대 국민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7523). 5월12일까지다./사진=남형도 기자
또 한 가지 바람은 이랬다. 반짝하고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라, 이 문제를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청와대 국민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7523)도 올렸다. 정부와 지자체서 반려견 미용학원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철저히 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달란 거였다. 혹여나 더 고통 받고 있을 개들을 살리겠단 마음이 담겼다. 3일전 시작한 청원인데, 아직 9400여명만 동의했다.
A씨와 대화하는 와중에 몇 번씩 멈추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가 몇 번이고 울어서였다. 마지막 말은 이랬다.
"미용을 안 하려고 빼는 아이들보다, 눈에 초점도 없는 아이들을 보는 게 더 아팠습니다. 삶에 대한 의욕조차 없어 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