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막은 中 오히려 더 컸다…지난해 반도체 장비 판매 첫 1위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1.04.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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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사진=AFP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제조 장비 거래액이 역대 최대로 늘어난 가운데 중국이 사상 처음 최대 시장이 됐다.

14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웹사이트에 올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제조 장비 거래액은 712억달러(약 79조6000억원)로 2019년 598억달러에서 19% 증가하며 역대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사상 처음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반도체 장비는 39% 늘어난 187억2000만달러다. 2019년 1위였던 대만의 장비 판매액은 전년과 유사한 171억5000만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한국의 판매액이 61% 성장한 160억8000만달러로 3위로 집계됐다. 일본과 유럽은 각각 21%, 16% 늘어나며 4위, 6위를 기록했다. 주요 지역 중 북미 지역 반도체 제조 장비 판매액은 유일하게 감소(-20%)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집계 결과를 전하며 반도체 국산화를 추진 중인 중국이 처음 최대 시장이 됐다는데 주목했다. 반도체 부족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 공급에서 '탈(脫) 중국' 기조를 강화하고 반도체를 둘러싼 대립이 격렬해지는 중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자료출처: SEMI (www.semi.org), SEAJ (www.seaj.or.jp)자료출처: SEMI (www.semi.org), SEAJ (www.seaj.or.jp)


5G(5세대) 기술 보급과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파운드리)의 투자가 왕성해진 게 중국 내 반도체 장비 판매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중신궈지(SMIC)는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지만 투자는 더 활발해졌다.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데다 중국 국부 펀드와 공동으로 76억 달러를 투자해 베이징에 공장건설을 추진하는 등 중국 내부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SMIC는 지난해 순이익도 2배 이상 급증했다.

전세계 반도체 부족 심화도 중국의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가전제품 및 자동차용 반도체 등의 반도체 생산을 중국 기업에 위탁하는 경우가 늘면서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은 세계에서 15 %를 차지한다. 첨단 반도체 기술은 세계적 경쟁사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장비 거래 성장으로 이어졌다. 올해 장비 판매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설비투자액은 올해 처음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 시장 2 위 대만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올해 사상 최대인 280억달러의 설비투자를 계획 중이다. 일본 반도체제조장치협회(SEAJ)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에 "2021년 동안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장비 품목별로는 웨이퍼 공정 관련 장비 판매가 19% 증가했고, 전공정(front-end) 관련 장비가 4% 늘었다. 반도체 조립 및 패키징 장비 매출도 전 지역에서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며 전세계적으로 3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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