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5일 서초동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시사타파TV 유튜브 캡처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이 '조국 수호'를 외치지 않았다고?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김 의원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자.
김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민주당은 '조국 수호'를 외치지 않고 소극적이었고 △'조국 수호'를 외친 것은 검찰개혁을 바라던 국민이었으며 △민주당은 '조국 수호'를 외친 당이 아니었으므로 이번 4.7 재보궐선거의 참패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서초동 촛불집회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김 의원의 "거리두기" 언급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은 김 의원의 말처럼 "손해볼까봐"가 아니라, 집회가 정치색을 띄는 것을 경계해서다. 집회가 정치와 관계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집회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취지에 가까웠다.
오히려 민주당은 서초동 촛불집회가 열리던 시기, 국회 안팎에서 강력한 '조국 수호' 메시지를 내며 여론을 이끌었다. 당시 이해찬 당 대표는 서초동 집회를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를 연상시킨다"며 힘을 실었고, 이인영 원내대표(현 통일부 장관)는 "시민들이 주권자의 이름으로 단호히 검찰개혁을 명령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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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장관의 존재를 검찰개혁과 동일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종민 의원은 "조국 일가 수사에 대해 거의 절반 가까운 분들이 '이건 과잉 수사다' 아니면 '이건 뭔가 표적 수사다'라며 검찰개혁을 거부하려는 의도를 가진 수사라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조국 수사 과정에서 법원도 '압수수색 영장'을 남발해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뒷받침해줬다"며 법원개혁 화두까지 띄웠다.
여당 내에서조차 훗날 '조국 수호'로의 쏠림에 대한 경계심이 나왔을 정도다. 표창원 전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어떤 상황에도 조 전 장관을 지지하고, 논리와 말빨로 지켜주는 도구가 된 느낌이 드니 '내 역할은 여기까지'란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사진=채널A 캡처
청와대도 가만있지 않았다. 강기정 당시 정무수석은 검찰의 조 전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겨냥해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니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다"며 "검찰은 말을 듣지 않았다. 검찰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었다. 이후 해당 이슈에 대해 강 전 수석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요구를 우리 당에서 하는 것은 너무 정당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이후에도 민주당은 그를 꾸준히 변호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조국 수호당'의 이미지가 완성됐다. 그리고 '조국 수호'를 외쳤던 인사들이 21대 국회에 원내로 진입하며 해당 이미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조국 수호당' 이미지 구축에 상당한 지분을 행사한 게 이번 발언을 한 김남국 의원이다. 21대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던 그는 서초동 집회 당시 사회자로 마이크를 잡고 '조국 수호'를 외쳤던 장본인이다. 김 의원은 '조 전 장관 사진을 머리 맡에 두고 매일 기도하면서 잠을 잔다'고 고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결국 민주당이 '조국 수호'를 외치지 않았다는 말은 허위에 가깝다. 민주당에는 '조국 수호당'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조국 사태'가 이번 보궐선거 패배와 관계없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