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 존폐 내일 결정…노조가 변수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04.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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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리브엠이 지나온 길/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KB국민은행 리브엠이 지나온 길/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Liiv M)이 생사 기로에 섰다. 금융과 통신의 첫 만남으로 주목받았지만 재심사의 산을 넘어야 한다. 리브엠의 운명은 내일(14일) 결정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14일 오후 회의를 열어 리브엠 사업의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던 리브엠 사업의 1차 기한은 오는 16일까지다. 금융위 심사를 통과하면 2년 더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10만 고객을 뒤로 하고 사업을 접어야 한다.



금융권과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에선 리브엠 연장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브랜드 인지도와 '혁신금융 서비스 1호' 등 상징성 때문이다. 금융과 통신이 결합한 첫 사례라는 의미도 크다. 더욱이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사라지는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어서다. 통신은 금융과 가장 밀접한 비금융 분야로 꼽힌다. 통신요금 납부내역으로 신용정보를 판단하고 통신, 금융을 결합한 요금제를 만드는 식이다.

국민은행은 '리브엠 사수'를 당면과제로 삼았다. 영역간 경계가 모호한 빅블러(Big Blur) 시대, 은행 본연의 업무만으론 살아남기 어렵다고 봐서다. 계속해서 사업을 키워 국민은행 거래 고객의 5~10%가 리브엠을 이용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현재 가입자 수는 목표 100만명에 못미치는 10만명 수준이지만 KB금융그룹과 시너지를 강화하면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올해부터는 KB모바일인증서를 통한 비대면 개통도 가능해졌다. 월 2만원대 요금제 등 가격 혜택, 국민은행 고객에게 추가로 주는 우대금리 등 혜택도 경쟁력으로 삼았다.



변수는 국민은행 노조다. 키를 쥔 금융위로서는 노조 반발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노조는 은행이 영업점에 과도하게 실적 경쟁을 부추기면서 은행원에 영업을 강요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금융위 심사를 앞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재지정 취소'를 촉구했다. 노조는 "처음 사업을 승인할 때는 혁신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만, 연장을 심사하면서는 승인 조건의 위반 여부를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하면서 부가조건으로 '과당경쟁 금지'를 달았는데 은행이 이를 어겨 은행업과 무관한 일에 은행원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때에 리브엠 연장 여부에 따라 은행권의 사업 향방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단순히 은행 본연의 업무를 뛰어넘을 수 있느냐 여부가 아니라 미래전략이 걸린 문제"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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