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관련 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제공=[워싱턴=AP/뉴시스]
세계 최초로 반도체를 만들었던 미국이 반도체 제조의 주도권을 아시아로 넘겼던 것을 다시 미국으로 되돌려놓겠다는 선언이다. 이 선언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의 핵심소재인 웨이퍼를 들어보여 눈길을 끌었다.
첨단 투자를 강조하면서 노후팹에서 활용하는 구형 웨이퍼를 든 이유는 무엇일까. 추정 가능한 시나리오는 2~3가지 정도다.
그게 아니라면 현재 반도체 공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용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에 주로 사용되는 200mm 웨이퍼를 들어보였을 가능성이다.
SK실트론이 생산하고 있는 300mm 웨이퍼(사진 왼쪽)와 200mm 웨이퍼/사진제공=SK실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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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반도체는 미세회로 공정 측면에서도 첨단 5나노급이 아닌 수십나노급의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로도 충분한 제품이어서 300mm가 아닌 200mm 웨이퍼를 주로 사용한다.
자동차용 반도체의 자립 등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200mm 웨이퍼를 들어보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반도체 업계의 한 전문가는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었겠느냐"는 나름의 해석을 하기도 했다.
이도 저도 아니고 200mm와 300mm 웨이퍼에 대한 별다른 인식이나 의미를 담지 않은 채 조달하기 쉬웠던 웨이퍼를 백악관에 가져갔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첨단 반도체 기술 및 생산능력 확보라는 메시지 전달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는 대목이다. 일반인들은 잘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전문가들 눈에는 "왜 8인치 웨이퍼를 들었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바이든 대통령의 웨이퍼 퍼포먼스는 반도체 자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상징성이 크다. 삼성전자 (77,500원 ▲800 +1.04%) 등 외국 기업들에게도 적극적인 투자를 요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웨이퍼 퍼포먼스는 세계 기술 패권의 핵심인 반도체 설계 외에 생산까지 미국 내에서 늘려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중국의 도전을 누르고,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뜻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