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자르트 '우주선크림'의 배신…SPF 50은 '거짓말'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1.04.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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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소비자들, 선크림 제조판매사 9곳과 CJ올리브영 식약처 신고

닥터자르트 '우주선크림'의 배신…SPF 50은 '거짓말'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그룹의 닥터자르트가 지난해 선보인 혁신적인 선크림 '우주선크림'이 기능성 논란에 휩싸였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닥터자르트의 야심작이던 솔라바이옴 앰플, 일명 '우주선크림'을 비롯해 시중에서 판매 중인 선크림의 실제 자외선 차단 지수(SPF)가 표기된 수치에 한참 미달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닥터자르트를 비롯해 논란이 된 선크림 제조사들과 CJ올리브영을 신고했다.



특히 우주선크림은 MZ세대(18세~34세)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폈던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거센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제품은 세계 1위 화장품 ODM(제조, 개발, 생산)기업 코스맥스 (138,600원 ▼1,300 -0.93%)가 개발한 신개념 화장품이다. 지난해 3월 코스맥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스페이스 바이오 미생물 소재를 적용해 선케어 화장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솔라바이옴으로 명명된 이 소재는 닥터자르트에서 제품화돼 즉시 출시됐으며 화장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닥터자르트는 이 제품을 '우주선크림'이라고 명명했으며 에스티로더 본사의 조력으로 제품에 NASA(미 항공우주국) 로고까지 새겨넣었다. 닥터자르트는 대대적인 이벤트를 실시했고 단숨에 인스타그램 팔로워수가 1만6000명 증가할 정도로 시장에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솔라바이옴 앰플 SPF50 제품이 실제로 SPF50만큼의 자외선 차단력이 없다고 한 유튜버가 공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닥터자르트는 현재 소리 없이 제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공식 홈페이지는 물론 올리브영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제품이 사라졌다.



닥터자르트 측은 머니투데이의 문의에 "해당 이슈가 된 영상은 제조사(코스맥스)의 임상 기관 내용으로 제조사 및 임상 기관에 확인 부탁한다"며 "닥터자르트의 자외선 차단 제품은 기능성 화장품으로서 심사, 보고를 통해 철저한 국가의 검증 절차를 거쳐 출시되고 있으며 해브앤비(닥터자르트 법인)에서는 제조사를 통해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고, 임상보고서 역시 검증받은 신뢰할 만한 기관에 의뢰해 결과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화난 소비자들, '가짜선크림' 식약처에 화장품법 위반으로 신고
선크림 SPF지수 논란은 작년 말 유튜브에서 안인숙 한국피부과학연구원 원장이 선크림 14개 제품의 성능 검사를 하면서 촉발됐다. 대부분 제품의 자외선 차단력이 SPF50을 미달했고 5개 제품은 SPF30을 하회했던 것이다. 첫 유튜브 영상에서는 제품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은 결국 해당 제품을 알아냈다. 선정된 제품들은 화장품 평가 앱 화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제품이었다. 소비자 286명은 지난달 집단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선크림 SPF 지수 허위표시·광고 의혹을 받는 회사들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화장품법 위반으로 집단 신고하기 이르렀다.

문제가 된 제품은 △닥터자르트 '솔라바이옴 앰플 SPF50' △디어클레이스 소프트 에어리 UV 에센스 △라운드랩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 △비플레인 클린 오션 모이스처 선스크린 △퓨리토 센텔라 그린 레벨 세이프 선, 센텔라 그린 레벨 언센티드 선, 컴피 워터 선 블록 △수드 대나무 선 에센스 △휘게 릴리프 선 모이스처라이저 등이다. 이 가운데 퓨리토, 킵쿨, 휘게, 비플레인, 라운드랩, 디어클레이스가 교환 및 환불을 실시했으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글로벌 화장품 그룹 소속인 닥터자르트만 공식 입장 표명과 교환·환불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사실상 자외선 차단 기능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게다가 지난해 3월~4월까지 닥터자르트가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하게 게시했던 '우주선크림' 관련 게시글도 거의 다 삭제했다. 닥터자르트 측은 "제조사(코스맥스)에 확인 부탁한다"고 했다. 하지만 화장품 성분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조판매업자가 소비자들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추후에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가짜 선크림'의 배신에 화난 소비자들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닥터자르트를 비롯해 논란이 된 선크림 제조사들과 CJ올리브영을 함께 신고했다. CJ올리브영은 이들 제품이 많이 판매된 유통채널로 신고 대상에 포함됐다. CJ올리브영은 선크림 SPF 지수 문제가 제기된 시점에 제품을 모두 회수하고 재검사 후 식약처 인증을 받은 제품을 다시 판매 중이다. 이번 식약처 신고는 화장품법 제13조 위반으로, 영업자 또는 판매자는 사실과 다르게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조항이다. 화장품법 13조 위반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시 검사해" 뷰티업계, 선크림 기능성 재검증 대란
선크림 SPF 지수 논란으로 화장품 업계서는 선크림 기능성 '재검증 대란'이 일고 있다. 기존에 출시된 선크림의 SPF 지수가 올바른지에 대해 임상기관에 다시 의뢰해 검사하고, 여러 곳의 임상기관에 복수 검증을 받는 등 난리가 난 상태다.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뻑뻑하게 백탁이 심한 선크림의 경우 표기된 SPF지수대로 자외선 차단 기능을 발휘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들은 제형을 부드럽게 하는 과정에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약해진 제품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사태로 선크림 자외선 차단 기능성 관련 느슨했던 기준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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