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 /사진=서울시
무려 40여년 가까이 개발제한구역이었다가 2008년 해제되면서 재개발이 가능해졌다. 지은 지 50여 년이 된 낡은 집을 모두 철거하고 아파트를 신축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고 주거지가 획기적으로 바뀌겠지만 동시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이들이 짐을 싸고 떠날 상황에 몰렸다.
답은 하나였다. 상생(相生), 함께 살이. 도시는 수많은 건물과 도로로만 이뤄진 게 아니다. 도시의 기본은 사람이다. 사람이 있어야, 사람이 살만한 곳이어야 도시는 존재한다. 그래서 도시는 사람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빈부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모두 '함께 살이'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이것이 개발과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유일무이한 상생형 주거지재생인 주거지보전사업을 백사마을에 적용한 이유다.
백사마을의 상생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첫째는 개발과 보전의 조화다.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백사마을의 지리적 특성상 자연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기존 지형을 최대한 보전·활용하고, 총 2437가구의 저층과 고층주택이 불암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조성된다.
둘째는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즉 신구(新舊)의 공존이다. 재개발사업을 통해 도심 내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함과 동시에 60년대 이주 당시 애환어린 삶의 기억·추억·장소들을 보전해 과거와 현재가 상호 공존하는 장소로 변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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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공동체를 통한 공생이다. 기존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높여 둥지 내몰림을 방지하고 '소셜믹스+에이지믹스'로 원주민들의 주택 크기,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새로이 유입되는 청년·예술가 등 다양한 계층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된다.
보전과 개발이 어우러지며 상생을 추구하는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은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은 상생을 꿈꾸는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변신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