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대 환매중단…우리銀·신한금투, 분조위 예고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박광범 기자 2021.03.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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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억대 환매중단…우리銀·신한금투, 분조위 예고


1400억원 투자금이 모두 환매중단된 ‘더플랫폼 아시아 무역금융 펀드’ 사태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실 사모펀드 분쟁에서 금융감독원이 일방적으로 투자자 손을 들어준 다수 선례가 이번에도 적용될지 주목된다.

18일 해당 펀드 투자자 모임 관계자는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등 판매사에 대한 소송에 앞서 금융감독원에 조사신청을 넣겠다”고 말했다. 조사신청은 분조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투자자별로 법무법인 한누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을 통해 진행한다.



한누리 소속 담당 변호사는 “분조위 과정을 지켜본 후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빠르면 이달 말쯤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펀드는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 설계하고 발행했다. 2019년 3월부터 우리은행, 신한금투 등이 1~10호까지 각각 800억원, 600억원정도 팔았다. 기초자산은 국제무역 회사의 매출채권. 채권에 투자한 뒤 정해진 기일에 무역 회사로 입금되는 거래대금을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 구조다.



기초자산은 OPAL-TA Alt Limited(이하 OPAL)가 모펀드인 아시아무역금융펀드(ATFF) 채권에 투자한 펀드다. OPAL은 ATFF 채권 중에서도 100% 신용보험에 가입된 것들에만 투자했다. 설계만 보면 안전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OPAL 펀드는 홍콩, 싱가포르에서 근거를 둔 ‘Tran Asia(TA)’에 의해 만들어졌다. NH투자증권 스왑뱅킹사로서 더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상품을 들여왔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6월 이후 환매가 지연되면서 투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들은 판매사들 설명과 달리 투자금이 엉뚱한 곳에 흘러갔다고 주장한다. 당초 우리은행 등이 매달 0.4~0.5% 수익이 발생하는 ATFF에 투자한다고 한 뒤 실제로는 자펀드인 OPAL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플랫폼파트너스가 만든 펀드가 아닌 NH투자증권이 독자적으로 발행한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NH투자증권이 스왑뱅킹과 별개로 DLS를 발행한 건 사실이다. 상품 형태가 달랐을 뿐 더플랫폼 펀드나 NH투자증권의 DLS 모두 OPAL에 투자됐다. DLS의 경우 KB증권을 통해 약 1000억원어치가 팔렸는데 역시 전액 환매중단 됐다. KB증권은 올 1월 금융당국 민원이나 일체의 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투자금의 50% 선지급에 나섰다. 지금까지 전체 투자자의 약 90%가 선지급에 응했다.

투자자들은 기초자산이 100% 보험에 가입돼 사실상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안내했다며 판매사들의 불완전 판매 의혹을 제기한다. 설계대로라면 해외 운용사(TA)가 보험사로부터 투자금을 받아내 원금을 돌려줬어야 한다. 한 투자자는 “만약 상품이 100% 신용보증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면 명백한 사기”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등은 처음부터 ATFF가 아닌 OPAL에 투자하기로 설계된 상품으로 상품제안서에 해당 사실을 적시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TFF는 2014년부터 안정적으로 운영돼온 펀드인 점, 이 펀드에 편입된 OPAL 기초자산 중 100%신용보강보험에 가입된 채권만 취급했다는 점은 모두 사실”이라며 “상품제안서에는 펀드 투자대상이 ATFF가 아닌 OPAL이라는 점을 명확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판매사들은 그러나 보험 청구를 통한 원금 보전은 운용사들끼리 풀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TA가 보험 청구를 하지 않는 것은 우리 역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라며 “TA를 상대로 소송을 하더라도 판매사가 아닌 운용사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플랫폼파트너스와 NH투자증권은 공동으로 TA에 보험금 청구를 독촉하는 동시에 국내외 대형 로펌을 선임,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판매사와 투자자 대립은 금감원 조사 후 분쟁조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독일헤리티지펀드, 디스커버리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등 잇단 사모펀드 부실 사태가 예외없이 분조위로 향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금감원 종합검사가 예고된 만큼 이번 환매중단 사태가 점검 대상에 오를 여지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종합검사가 미뤄졌는데 올해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검사를 나가면 말 그대로 종합적인 걸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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