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 페북 vs 애플 전쟁에 눈을 뗄 수 없는 이유

머니투데이 성연광 에디터 2021.03.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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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 파문에 휩싸인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 코리아 사무실에 정적이 흐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 파문에 휩싸인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 코리아 사무실에 정적이 흐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페이스북(이하 페북)에 들어가면 섬뜩섬뜩 놀랄 때가 많다. 얼마 전 스포츠용품을 검색했다면 스포츠용품 광고가, 옮길 전셋집을 알아보면 부동산 매물 광고가 따라붙는다. 이용자 데이터를 추적해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이른바 ‘타깃광고’다. 찾던 정보니 유용할 때도 있지만 볼 때마다 찜찜하다. 사실 광고를 위해 페북이 수집하는 데이터가 너무 많다. 나이·지역·학력정보는 물론 이용자의 관심사와 선호도까지 파악한다. 이용자들이 올린 글과 사진, 지인 페북에 남긴 댓글과 ‘좋아요’ ‘슬퍼요’ 등 감정표시 버튼, 체크인 데이터 등 모든 활동이 광고주들의 타깃 설정지표로 활용된다. 실제 페북의 타깃 설정지표를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이용자의 자녀 수와 그 자녀의 연령대까지 설정할 수 있다.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이 올린 사진을 분석해 사진 속 인물의 나이까지 추정한다. 이렇다 보니 광고매체로 페북을 따라갈 플랫폼이 없다. 팔고 싶은 소비대상을 정밀 타깃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보적일 것 같던 페북의 광고 사업모델도 이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애플이 타깃광고와 전면전을 선포하면서다. 애플은 조만간 새로운 모바일 버전의 운영체제(iOS 14.5)를 배포한다. 새 버전이 깔린 아이폰에선 어떤 앱도 이용자의 사전동의를 받지 않으면 웹사이트 방문기록이나 설치앱 등 이용자 추적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가령 페북 앱을 실행하면 ‘이 앱이 당신의 사용이력정보를 추적하는 걸 허락하겠습니까?’라는 팝업창이 뜬다. 광고업계에선 ‘아니오’ 버튼을 클릭할 이용자 수가 85% 이상일 것으로 본다. 이 경우 타깃광고가 한순간에 무력화할 수 있다. 페북으로선 핵심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얘기다. 페북은 지난해 859억달러(약 97조원)를 벌었는데 이 중 99%가 광고수익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북 CEO(최고경영자)는 “애플의 독점적 지위 남용행위”라며 소송전까지 불사하겠다고 반발한다.



#애플은 왜 페북을 저격하려 할까. 표면적으론 데이터 비즈니스와 프라이버시를 대하는 관점이 워낙 달라서다. 페북은 광고 기반 무료 온라인 서비스의 대표주자다.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광고주들에게 수익을 챙긴다. 전세계 28억명에 달하는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가 경쟁력의 근원이다. 저커버그는 적극적인 데이터 개방과 공유만이 경제생태계를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타깃광고는 이를 위한 유용한 도구다. 전세계 중소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본다. 저커버그가 애플의 정책을 겨냥해 “전세계 수백만 사업자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와 반대로 ‘프라이버시’를 핵심 경영전략으로 꼽아온 애플로선 돈을 벌려고 이용자 데이터를 파는 페북은 ‘나쁜 기업’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올 초에 열린 보안콘퍼런스에서 “우리 삶의 모든 것이 합쳐지고 판매되는 걸 정상적인 일로 받아들인다면 우린 훨씬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며 데이터 수집에 의존하는 온라인 비즈니스 행태를 꼬집었다. 이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알고리즘 역시 사회악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용자들이 더 오래 서비스에 머물도록 그들의 편향을 계속 자극하고 극단·분열·폭력조장에 따른 비용은 사회가 대신 지불한다”고 맹비난했다. AI 시대 빅데이터와 프라이버시의 가치가 정면충돌하는 셈이다.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로 빅데이터산업 태동기를 맞은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 서비스 생태계 패권을 둘러싼 빅테크(IT 대기업)들의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페북은 하드웨어에서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인 애플로선 언젠가 맞닥뜨려야 하는 숙적이다. 애플이 점찍은 차기 서비스모델은 유료구독 서비스다. 뮤직, 게임, 뉴스, 영상, 피트니스 등 다양한 구독 서비스모델을 내놨다. 광고주에게 손을 벌리는 기존 온라인 사업모델과 달리 이용자들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 관건은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에 익숙한 이용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느냐다. 팀쿡이 ‘페북 때리기’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우군’일 줄 알았던 구글마저 등을 돌리면서 페북이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구글은 내년부터 광고 정보수집 목적으로 이용자들의 웹사이트 방문기록을 추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페북과 마찬가지로 구글의 주수익원은 광고지만 서서히 구독모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페북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단 얘기다. 글로벌 빅테크3 중 누가 승기를 잡느냐에 따라 온라인 광고시장과 산업 비즈니스모델 전반에 미칠 파장은 엄청나다. 이들의 패권전쟁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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