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자동차회사와 협력 접고 '위탁생산'으로?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1.03.11 22:00
글자크기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 생산에서 기존의 완성차회사와 협력하는 대신 아이폰처럼 위탁제조사에 맡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자동차회사들과의 협력 논의가 중단된 가운데 애플이 결국 아이폰을 통해 검증된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애플카의 유력한 위탁생산업체로 대만 폭스콘과 캐나다 마그나가 꼽힌다.

사진=AFP사진=AFP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간) 애플이 자동차 생산에서 3가지 선택권이 있다고 지적했다. △완성차회사와 협력 △자동차공장 건설 △위탁제조사와의 계약이 그것이다.



우선 이 가운데 완성차회사와의 논의는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애플과의 협력 논의를 중단한 상태라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 닛산차 역시 애플과의 협력설을 부인했다. 또 애플은 지난해 페라리와 접촉했는데 논의된 내용은 불분명하지만 잘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테슬라에 몸 담았던 한 관계자는 애플이 다른 완성차회사에 생산을 요청하는 건 아이폰 생산을 삼성전자에 요청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자동차회사들이 애플이라는 잠재적인 시장 파괴자를 순순히 돕는 데 주저하리라는 것이다. 애플은 차량, 내외부 설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한 뒤 자동차회사에 생산을 맡기는 시나리오를 원하지만 이 경우 자동차회사들은 자칫 애플의 파트너가 아닌 하청업체로 인식될 수 있다. 자사 브랜드 평판이 훼손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두 번째 선택지인 자동차공장 건설도 가능성이 낮다. 공장 건설은 엄청난 초기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 태블릿, PC 등에서 폭스콘이나 페가트론 같은 위탁업체에 생산을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그 덕에 애플의 마진율은 38%로 테슬라(21%), GM(20%) 등을 훌쩍 웃돈다. 자체 공장을 운영하는 테슬라는 2003년 설립 후 17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경우 마진율이 51%에 달하지만 이는 극단적 경우이며 대량 생산으로 이루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결국 애플은 아이폰처럼 애플카를 자동차 위탁제조사에 맡길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컨설팅회사 카랩의 에릭 노블 회장은 "위탁생산은 애플에게 익숙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면서 "기존 완성차회사와의 협력은 힘겨루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카 위탁생산을 맡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폭스콘과 마그나를 꼽는다. 폭스콘은 이미 아이폰 위탁생산업체로 애플과 오랜 사업관계를 유지해왔고 최근엔 자동차부문까지 진출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25년까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기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와 연간 25만대 전기차를 생산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마그나의 경우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BMW, 재규어 등 고급 자동차를 위탁생산하고 있어 고급 자동차 제조 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마그나는 5년 전 애플카 프로젝트 초기에 애플과 제조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마그나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노블 회장은 "마그나의 작업은 놀라운 정도로 훌륭하다"면서 마그나가 애플에게 최적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