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새치기' 누가 했나…병원 사외이사, 관리부장의 아내 등 10명

머니투데이 김자아 기자 2021.03.0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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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진 가족에게 부정하게 백신을 접종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기 동두천시 요양병원./사진=뉴스1운영진 가족에게 부정하게 백신을 접종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기 동두천시 요양병원./사진=뉴스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새치기 접종' 논란을 빚은 의료기관에 대해 형사고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순서를 어기고 백신을 우선 접종한 이들이 누군지에 대해 이목이 쏠린다.

지난 3일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불법사례를 한 요양병원에 대해 백신에 위탁계약 해지부터 형사고발까지 강력한 제재수단을 내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줄선 사람들 앞에 나타나 '새치기' 접종…확인된 부정 접종자는 10명
지난달 26일 동두천시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의료진이나 환자가 아닌 운영진의 가족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줄을 서서 접종을 기다리던 사람들 앞으로 3~4명이 나타나 먼저 백신을 맞고 사라졌는데 이들 중 일부가 운영진의 가족으로 확인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해당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된 상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동두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부정 접종한 사람은 10명이다. 법인 이사 등 5명, 가족 1명, 지인 4명 등이다. 추가 부정 접종자 여부는 조사 중이다.

병원 측, '새치기' 잘못은 인정했으나…이사도 '의료 종사자' 주장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들 중 일부는 해당 요양병원의 사외이사 등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접종 순서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가 가장 먼저다. 병원 측은 논란이 된 접종자들이 의료 종사자라고 주장했으나 사외이사는 의료진으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병원의 관리부장을 맡고 있는 이사장 동생 장모씨의 아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의 아내는 이미 10년 전에 병원과 관련된 모든 직책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은 장씨의 아내를 감사로 올릴 예정이라 미리 백신을 접종받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이사를 의료 종사자로 보더라도 이들이 줄을 서지 않은 점은 여전히 문제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병원 측도 새치기 접종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총리 "접종 순서는 사회적 약속"…질병청, 잔여 백신 회수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번 일에 대해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지도 않는 재단 이사장의 가족에게 '새치기' 접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접종 순서는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과학과 사실에 근거해 정해진 사회적 약속"이라며 "사회적 신뢰를 저버리고 갈등을 야기하는 이러한 행위를 정부는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질병관리청은 일단 예방접종 업무 위탁계약을 해지하고 병원에서 1차 접종 후 보관 중인 잔여 백신 3바이알(병)을 회수했다. 해당 요양병원의 2차 백신 접종은 병원이 아닌 관할 보건소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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