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이 된 수도권 집중, 왜 행정통합인가[광화문]

머니투데이 김경환 정책사회부장 2021.03.0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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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지방소멸 및 수도권 집중, 학령인구 붕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하는 대학….’

최근 대한민국의 인구 현상을 둘러싸고 나오는 말들이다. 작년엔 저출산으로 출생아 수가 급감하고 고령화로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데드크로스’(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넘어서는 현상)가 사상 처음 발생했다. 이는 대한민국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자는 27만2400명으로 1년 전보다 10% 감소했고, 사망자는 30만5100명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지난해 결혼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생아수 반전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인구 감소 속에서도 사람들은 일자리와 교육, 건강, 문화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으로 몰린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이상이 거주한다. 인구 집중은 부동산 가격 급등을 비롯, 많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반대로 지방에선 사람들과 기업들이 사라지면서 더 이상 양질의 일자리나 교육 문화 등 서비스를 내놓지 못한다.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등 지방 거점 도시들마저 인구 감소와 쇠퇴 위기에 직면했다. 대구가 광역시로 승격한 1981년 수도권의 인구 비율은 36.12% 수준에 그쳤다. 지난 40년 간 경제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된 데 따른 것이다.



기초 지자체는 더 심각하다. ‘지방소멸’ 잣대 중 하나로 꼽히는 인구 3만 명 미만 지역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기준 인구 3만명 미만 기초 지자체는 경북 울릉군, 경북 영양군, 인천 옹진군, 전북 장수군 등 18곳이다. 더 이상 지자체가 존속하기 어려운 현실을 잘 말해준다.

수도권 집중으로 위기가 악화되자 결국 광역 단위의 ‘행정통합’ 만이 살길이라는 얘기가 지방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나온다. 대구와 경북, 부산과 울산·경남, 그리고 광주와 전남이 통합해 수도권에 필적할만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러한 균형 발전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서울만이 갖고 있는 ‘특별함’을 깨야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를 우대하는 서울‘특별’시의 존재야말로 지방의 발전을 가로막는 제약 요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은 조선의 도읍지가 된 이래 왕과 대통령이 거주하는 수도이자 특별시의 지위를 누려왔다. 조선시대 한성판윤은 각 도의 관찰사보다 직위가 높고, 정승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마찬가지로 서울시장은 차관급인 다른 시도지사와 달리 나홀로 장관급이다. 국무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특별 대우를 받는다. 이 지위를 누리기 위해 기업과 사람, 물자는 자연스럽게 서울로 모였다.

상황이 이러니 새롭게 생기는 도시들도 자연스럽게 특별함을 추구하게 됐다. 행정도시로 새롭게 조성된 세종시도 세종특별자치시 타이틀을 붙였고, 행정통합을 논의하는 대구·경북도 대구경북특별광역시 또는 대구경북특별자치도 등 특별이 붙은 명칭을 논의 중이다.

결국 역설적으로 서울만이 갖는 특별함을 깨야만 지방 도시들도 숨 쉴 틈을 갖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거점 도시들에게도 특별함을 부여할 과감한 재정적 투자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가장 중요하고도 주목할만한 노력이 ‘행정통합’이다. 행정통합을 통해 사람들이 모일 지방 광역 거점을 만들고 균형발전특별회계 등 과감한 재정 이전을 통해 지자체 스스로 투자할 여력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도 서울 못지 않은 양질의 대학, 병원, 문화 등 인프라를 갖추도록 과감하게 재정을 집행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 지방도 기업을 유치할 기반을 마련하고, 수도권에 못지 않은 생활 여건을 갖춰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가 부산이나 대구, 광주에서 탄생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수도권에만 집중된 대한민국에겐 미래는 없다. 인구 집중으로 인해 더욱 비싸지는 주거비용에 청년들은 결혼을 꺼린다. 그나마 결혼한 신혼부부들도 아이를 낳기 꺼리는 극한의 환경을 조성했다. 인구 집중의 폐해는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균형발전과 행정통합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부메랑이 된 수도권 집중, 왜 행정통합인가[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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