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수급 구조에 문제점을 드러낸 주요 품목의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게 이런 배경에서다. 3일 현재까지 GM(제너럴모터스), 포드 등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결정한 감산 조치를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대표업체 테슬라도 지난달 22~23일 공장 가동을 중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가가 한때 8% 넘게 하락했다.
중국 제재로 타개책 실종…"발등 찍은 격"
글로벌 정치역학 구도에서 이번 사태를 더 부채질한 조치로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단행한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SMIC(中芯國際·중신궈지) 제재를 꼽는다. SMIC는 아직 기술 수준은 떨어지지만 중국의 국가산업반도체 펀드가 전체 투자금의 10% 이상을 몰아줄 정도로 중국 반도체 자급정책의 첨병으로 떠오른 기업이다. 그동안 차량용과 가전용 반도체를 대량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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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치로 SMIC에 발주를 넣지 못하게 된 완성차업체와 다른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급히 새로운 거래선을 찾아 물량을 주문하면서 최근의 공급부족 사태를 타개할 추가 생산라인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SMIC의 수요를 가장 많이 흡수한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 대만 TSMC에는 내로라하는 완성차업체들이 자국 정부까지 동원해 생산을 요청해도 주문을 넣기가 어렵다.
"미국이 제 발등을 찍은 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이 대목에서다.
반도체 안보주의에 올인…동맹 강화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자국 기업의 반도체가 중국 기업의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기술과 인력 유출이 일어나는 것을 걱정한다"며 "바이든 정부 들어 대중 제재를 넘어 자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대만, 한국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위험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밖 효과…"공급난 수혜 중국으로"
중국 금융업체 차이나 르네상스는 "SMIC의 올해 매출성장률이 지난달 밝혔던 한자릿수 중반대의 목표치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최근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가격 인상 추세도 호재"라고 풀이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NXP는 지난달 말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고객사에 통보한 상태다. 인상 수준은 10~20%로 알려졌다. TSMC도 지난달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단계적으로 15% 인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