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쇼크' 하나투어, 노사갈등 점입가경…직원들 단체행동까지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3.0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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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대상 직원들, 하나투어 창립 이래 첫 노조 결성…하나투어, 인력감축 불가피하단 입장

/사진=뉴스1/사진=뉴스1


코로나19(COVID-19)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국내 대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 하나투어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여행 보릿고개'가 여전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놓고 불거진 노사 간 내홍이 커지고 있다. 패키지(PKG) 여행사에서 '트래블 테크'로 전환을 꾀하며 인력 효율화를 진행하자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생존권 보장을 외치고 나섰다.

뿔난 직원들, 결국 노조 만들어
2일 낮 하나투어 노동조합이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사옥 앞에서 구조조정 중단과 노사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사진=머니투데이2일 낮 하나투어 노동조합이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사옥 앞에서 구조조정 중단과 노사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사진=머니투데이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새해 들어 '조직 효율화'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키로 결정하고 각 본부·부서 별로 인원을 추려 부서장 면담 등 관련절차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대상자 800여명 중 대부분이 희망퇴직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달 말일 이후 퇴사처리되며 근속연수에 따라 4~6개월치 위로금을 받게 된다.



희망퇴직 대상자로 통보 받은 직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경영진 차원에서 현 상황에 대한 유감과 향후 비전·구체적인 희망퇴직 조건 등을 공지하고 직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오히려 졸속으로 정리해고나 다름없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직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단 불만에서다. 직원들 사이에선 면세·호텔 등 사측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야기된 위기를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경쟁사인 모두투어가 지난 1월 노사 협의를 통해 오는 9월까지 무급휴직을 연장, 고용을 유지키로 결정하면서 경영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사모펀드인 IMM PE(프리이빗 에쿼티)가 대주주가 되며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 몸값 올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단 것이다.



결국 희망퇴직 대상자 중 일부는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낮 하나투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에 희망퇴직 중단과 단체교섭 등 공식적인 대화를 요구했다. 박순용 하나투어 노조위원장은 "정리해고나 다름 없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정작 경영진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갖게 되면서 소통은 사라졌고 노사협의체는 유명무실해졌다"고 주장했다.

하나투어 "더는 버틸 여력 없어"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사옥. /사진=하나투어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사옥. /사진=하나투어
이에 대해 하나투어 측은 직원들의 불만을 공감하면서도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란 입장이다. 역대 최악의 실적쇼크를 기록한 상황에서 버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매출액이 82% 감소한 1096억원을 내는데 그쳤고, 영업손실은 11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자회사 상당수와 해외법인 절반 이상을 청산하고 역점 사업이었던 에스엠(SM)면세점도 정리하는 등 군살빼기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감축도 불가피하단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까지 여행수요가 정상적으로 회복될 가망이 없다"며 "여행업계에도 디지털 전환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 방향을 전환해야 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사옥을 비롯, 부동산 매각 작업에 속도를 올리는 것도 희망퇴직을 위한 위로금 등 실탄 마련을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코로나 활로로 익스피디아·트립닷컴 같은 '트래블 테크' 기반 OTA(온라인여행사)로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꾀하는 상황에서 인력 조정은 예정돼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400억원을 들인 플랫폼 '하나허브'를 론칭하며 부분 패키지·개별여행(FIT) 기반 콘텐츠 강화를 꾀하고 있는데, 패키지 사업을 완전히 포기할 순 없지만 IT 중심의 OTA를 지향하면 현재 인력 규모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하나투어는 기존 강점이었던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포기하고 온라인으로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 1200여개에 달했던 오프라인 대리점을 현재 800여개로 줄인 반면, 프라이빗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무브,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기술 활용 대체현실게임 '리얼월드'를 선보인 유니크굿컴퍼니와 MOU(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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