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 대구…부산도 광주도 "뭉쳐야 산다"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21.02.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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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 지방이 뭉친다]

'10%의 땅에 50%가 사는' 대한민국…지방이 소멸된다
①대구·경북 행정통합, 부울경은 특별광역연합

4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 대구…부산도 광주도 "뭉쳐야 산다"


지난달 기준 대한민국에는 5182만5932명이 살고 있다. 서울(966만명)과 인천(294만명), 경기(1345만명)를 합한 수도권 인구는 약 2605만명,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산다. 2019년 처음으로 50%를 넘긴 수도권의 인구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다. 국토 면적의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사람들이 계속 몰리는 '수도권 공화국'의 현주소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가 맞다면 2031년 수도권의 인구비율은 51%를 돌파한다. 저출산·고령화로 2029년부터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 절벽은 지방에서 더 가파를 수밖에 없다. 현실로 다가온 지방소멸 우려에 지방자치단체들이 통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뭉쳐야 산다'는 절박감에서다.

2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은 내년 7월 통합지방정부 출범을 목표로 공론화 절차를 밟고 있다. 관건은 8월로 예정된 주민투표다. 하혜수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시·도지사들이 먼저 통합이라는 화두를 꺼냈기에 중앙정부의 화답만 있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와 전남도 대구·경북과 같은 모델을 추진했다. 시·도지사들이 지난해 11월 행정통합 논의에 합의했다. 하지만 광주 공항 이전 문제로 대화의 창은 닫혔다. 대전은 세종과의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은 행정통합보다 유연한 형태의 특별광역연합 구성을 추진 중이다.

각 광역단체의 통합 움직임은 '생존 전략'에 가깝다. 대구가 광역시로 승격한 1981년 수도권의 인구비율은 36.12% 수준이었다. 이후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하면서 지역의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졌다. 1985년 전국 대비 4.3%였던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2018년 2.9%까지 줄었다. 다른 지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3년부터 시작된 혁신도시 이전으로 수도권 인구 집중이 다소 완화했지만 지속가능한 모델로 정착하지 못했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 중 상당수는 여전히 '주말부부'다. 최근 서울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경기의 인구는 오히려 증가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서울의 확장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광역 단위의 행정구역 통합 논의는 2013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의 화두이기도 했다. 당시 '5+2' 개념이 등장했는데 일종의 광역경제권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균형발전 기조로 '3+2+2 광역권 전략'을 내놓았다. 모두 권역별 통합과 초광역 협력을 강조한 전략이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균형발전 차원의 초광역협력과 행정통합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뤄졌지만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주도했기 때문에 시·도지사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체감한 지방에서 먼저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TK는 '행정통합, PK는 '광역연합'…"살기 위해 뭉친다"
②대구·경북 8월 주민투표 추진, 광주·전남은 통합 논의 중단

4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 대구…부산도 광주도 "뭉쳐야 산다"
행정통합 논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대구와 경북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의 행정통합 의지가 강하다. 두 지자체를 합칠 경우 인구 500만명 이상의 '메가 광역단체'가 탄생한다. 수도권과 어느 정도 견줄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대구와 경북은 지난해 9월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를 구성했다. 공론화위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조사를 거쳐 4월 말까지 행정통합 기본계획안을 마련한다. 행정통합을 위한 법적근거가 없기에 특별법도 구상한다.

대구·경북 시도지사는 행정통합 기본계획안을 토대로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를 건의한다. 주민투표 시기는 8월로 잡고 있다. 주민투표 문턱을 넘기면 연말 정기국회에 특별법을 제안한다. 대구·경북은 내년 7월 통합 지방정부를 출범한다는 목표다.

류형철 공론화위 지원사무국장은 "기본계획과 주민투표 일정 등이 당초 계획보다 2개월씩 미뤄졌는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면 설명회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주민투표와 특별법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 지방선거에 대구·경북 단일 광역단체장 후보가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울경은 '광역특별연합' 모델 추진

부산과 울산, 경남(이하 부울경)은 행정통합보다 광역특별연합에 초점을 맞춘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제안한 '동남권 메가시티'의 연장선이다. 부울경 역시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부산과 경남의 우선적인 행정통합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영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특별지자체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일은 내년 1월이다. 부울경은 특별지자체의 일환으로 광역특별연합을 추진한다.

부울경은 광역특별연합을 '유연한 균형발전 패러다임'으로 규정한다. 행정구역을 통합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광역 단위의 협력모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광역 교통망 등 공동사무를 정하고 광역단체별로 협력이 가능하다. 부울경은 내년 3월 대선 전까지 특별지자체를 출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손은일 경남도 정책수석은 "특별광역연합이 출범하면 각 시군구의 도시계획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고 그림을 연계해서 그릴 수 있다"며 "광역연합의 거버넌스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광역 업무를 대표하는 사무총장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일 오전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2020.11.2/뉴스1(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일 오전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2020.11.2/뉴스1
◇광주·전남 "우선 멈춤"…대전 "세종과 합치자"

광주와 전남은 지난해 11월 초 시·도지사가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올해 초 행정통합을 위한 연구용역에 나서기로 하는 등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광주에 위치한 공항 이전 문제를 두고 광주와 전남이 이견을 보이면서 답보 상태다.

광주에는 민간공항과 군공항이 있다. 민간공항은 올해 전남으로 이전할 예정이었다. 전남은 조건 없는 민간공항 이전을 주장한다. 광주는 민간공항 이전을 군공항 이전과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행정통합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에서는 대전이 세종과의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대전은 세종의 명실상부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두 도시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세종은 묵묵부답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행정통합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도시도 혼자선 못버틴다…프랑스·일본도 통폐합 움직임
③프랑스 22개 광역지자체 13개로 줄여
4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 대구…부산도 광주도 "뭉쳐야 산다"
광역 단위의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도시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행정지도는 꾸준히 변했다. 지금까지는 '분리'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부산과 대구, 인천, 대전, 울산이 시차를 두고 광역시로 승격했다.

가장 먼저 나뉜 곳은 부산이다. 부산은 1963년 직할시(1995년에 직할시 명칭이 광역시로 바뀜·이하 광역시로 통일)로 승격하면서 명실상부한 '제2의 도시'가 됐다. 이후 1980년까지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 9개의 도(道)로 이뤄진 행정구역을 유지했다.

이후 산업화의 바람이 불면서 인구 100만명 도시가 속속 등장했다. 대구와 인천이 대표적이다. 대구는 일찌감치 인구 100만명을 넘어서며 1970년 이미 인구 130만명에 이르는 대도시가 됐다. 인천은 1976년 인구 100만명을 넘었다.

인구 100만명을 넘어선 도시들을 분리해 부산처럼 광역시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나왔다. 대구와 인천은 각각 1981년 광역시로 승격했다. 같은 이유로 광주(1986년), 대전(1989년), 울산(1997년)이 광역시로 올라섰다.

광역단체 중 제주도는 2006년 특별자치도가 됐다. 2012년 출범한 세종시는 특별자치시 지위를 부여받았다. 현재 광역단위의 행정구역은 1개 특별시, 6개 광역시, 1개 특별자치시, 8개 도, 1개 특별자치도 등 17개다.

과거 '분리'에 초점을 맞춘 광역단위의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통합'으로 옮겨갔다. 광역시로 승격했던 대도시들은 과거 행정구역으로 복원을 꾀한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인구와 낙후한 지역경제를 감안할 때 덩치를 키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프랑스는 2016년 광역지자체인 22개 레지옹(Region)을 13개로 통폐합했다. 지 강화를 위해 행정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은 행정구역의 복원역 정부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통합 후 지역별 평균인구는 480만명 수준으로 늘었다.

일본은 광역지자체인 도도부현(都道府県)을 통폐합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11월에는 오사카부(府)와 오사카시(市)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가 있었다. 5년 만에 다시 이뤄진 주민투표였지만 결과는 부결이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방의 역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머니투데이는 오는 24일 서울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국토의 균형발전과 신(新)거버넌스 체계의 구상>이라는 주제로 '행정통합 포럼'을 개최한다. 하혜수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경북대 교수)이 기조강연을 하고 김사열 균형발전위원장과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이 행정통합 대안을 제시한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용섭 광주시장, 허태정 대전시장은 영상으로 각 지자체의 행정통합 진행상황과 입장을 발표하고, 저서 '지방도시 살생부' 저자인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지방이 왜 뭉쳐야 사는가'라는 내용으로 주제발표한다. 또 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송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 이달곤 의원(국민의힘)이 특별대담에 나선다.
4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 대구…부산도 광주도 "뭉쳐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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