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풀려라' 정유업계 주문은 현실이 될까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1.02.1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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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여수 제 2원유부두에서 미국산 원유를 하역하고 있는 장면/사진제공=GS칼텍스GS칼텍스 여수 제 2원유부두에서 미국산 원유를 하역하고 있는 장면/사진제공=GS칼텍스




"글로벌 원유수요가 올해 하반기로 가면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사우디 아람코)

"(코로나19) 팬데믹이 후퇴할 것이라는 조짐 속에 원유 수요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에너지 시장정보업체 반다나 인사이트)



기대가 현실이 될까. 연초 유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지금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쓴 정유업계가 일제히 '하반기 실적 회복'을 점치고 있다. 안정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위해서는 원유 수요 자체가 늘어나야 한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지표인 정제마진 흐름이 좋다. 원유가격에서 정제비용을 뺀 마진인데 손익분기점인 4~5달러에 접근하고 있다. 15일 기준 배럴당 3.7달러. 코로나19(COVID-19) 확산 이후 지난해 연내 한 번도 2달러를 넘지 못했던걸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왜 줄었을까를 짚어보면 늘어날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이동하는 경우가 확 줄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운송(모빌리티) 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글로벌 원유 수요 자체가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도 전망은 어두웠다. 미국과 유럽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비관론이 확산됐다. 그러던게 미국 백신 보급 개시로 확진자수가 감소세에 접어들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반기부터 배로 물건을 실어나르는 물동량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원유 수요가 1분기 하루 9470만배럴에서 2분기 9540만배럴, 3분기 9830만배럴을 거쳐 4분기 9920만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작년 1월 하루 평균 약 1만배럴 수준을 거의 회복할걸로 전망한 셈이다.


EIA(미국에너지정보청) 전망도 희망적이다. EIA는 올해 원유 수요가 연평균 9700만배럴로 회복하고, 내년엔 1억120만배럴까지 늘어날 거라는 전망을 최근 내놨다.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비해 더 늘어날거라고 내다본 것이다.

국내 수요만큼이나 글로벌 수요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국내 정유사들로서도 기대감을 걸만한 상황이다. 작년 정유업계 실적은 사상 최악이었다. 4사(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GS칼텍스) 등이 합산 5조원 이상 적자를 냈고 대부분 4분기까지 분기적자가 계속됐다.

더 떨어질 곳이 없다. 시장서도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2분기부터 경기회복 모멘텀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도 희망을 걸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정유사 관계자는 "백신 보급과 원유 수요 회복이 맞아돌아가면서 경기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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