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들 먼저 알았다…'존경·찬사' 쏟아진 김범수의 기부법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이동우 기자 2021.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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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 문제 해결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총 재산 규모는 현재 가치로 10조17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무려 5조원 이상을 사회에 내놓겠다는 얘기다. 수조원대 재산을 사회 환원하겠다고 나선 국내 기업인은 김 의장이 처음이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딛고 일어선 흙수저 출신. 국민기업 카카오톡을 창업하며 자수성가한 그가 그동안 일군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결심하자 존경과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기부왕으로 유명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연상케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그의 선의와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주목하는 것이다. 특히 재산 기부의사를 카카오 직원들 즉 크루들에게 먼저 알리고 처분방법 역시 상의하겠다고 밝힌 것부터 김범수 답다는 평가가 나온다.



5조원 내놓겠다는 김범수…지난해 이미 사회 환원 결심
김 의장은 8일 카카오 및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기부액과 방식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 의장의 기부 규모는 현재 가치로 최소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김 의장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1250만주)만 해도 전날 종가 기준으로 5조7125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 이은 주식 부자 3위다. 여기에 그가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의 994만주를 합치면 총 재산은 10조1700억원에 이른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사진=카카오김범수 카카오 의장/사진=카카오


이번 재산 사회 환원 선언은 “기업이 선한 의지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그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라는 후문이다. 김 의장은 지난해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아 “카카오의 10년이 ‘좋은 기업’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위대한 기업’이 되고 싶다”고 강조해왔다.

김 의장은 당시 재산의 사회환원을 결심하고 참모들과 구체적인 방안을 의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예기치 않은 자녀 승계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긴 했지만, 이번 재산 환원 발표로 불필요한 논란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기업 승계를 염두에 뒀다면 천문학적인 자산을 사회에 환원할 이유가 없어서다.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 등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여파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도 김 의장 결단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날 김 의장이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김 의장의 사회적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본인의 주식을 수차례 내놨다. 지난해 3월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약 1만 1000주를 기부했고, 8월에는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2830주를 쾌척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김 의장이 개인적으로 기부한 것만 135억원 상당에 달한다.

특히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를 발굴해 지원하는 아쇼카한국재단에 카카오주식 3만주를 쾌척했고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를 통해서도 3만주를 기부하기도 했다. 일회성 기부나 봉사 등 전통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혁신과 도전 등 ‘벤처정신’을 더해 새로운 사회적 환원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김 의장의 의중이 담겼다.


어디에 쓰일까
사회에 환원될 그의 재산이 어떻게 쓰일지도 관심이다. 김 의장은 구체적인 기부 방식은 밝히지 않았지만 재단을 통한 순차적 기부 가능성이 크다. 워낙 규모가 커 일거에 처분되면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김 의장은 이날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구체적인 플랜은 크루 여러분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드리며 아이디어도 얻고 기회도 열어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산의 재산을 기부하는 방법과 관련 카카오 직원들과 상의하겠다는 뜻이다. 자신의 재산이지만 카카오를 통해 얻은 것인 만큼 그 처분방향 역시 구성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겠다는 그만의 철학이 담긴 행보다. 카카오만의 사회참여적 기여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4일 서울 세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D.캠프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4일 서울 세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D.캠프
일각에선 한국판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카카오의 사회공헌재단인 카카오임팩트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조만간 재단이나 카카오임팩트 투자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실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그의 사회참여 행보를 감안하면 코로나 19이후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려온 청년들을 위한 창업이나 재능교육,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들의 재활이나 우리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해법 등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기부 소식이 알려지자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김 의장의 행보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기부왕으로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에 비유하는 말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기부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며 "한국의 빌 게이츠고, 이런게 신흥 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선택에 깊은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쉽지 않은 결정이 정말 대단하다"며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세상에 기부가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김 의장의 통 큰 행보를 높게 평가했다. 김 의장이 지난해만 30억원을 기부하는 등 수년 전부터 사회환원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카카오 내부적으로는 김 의장의 결단에 지지 의사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IT 기업 입장에서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존경스러운 결정을 내리신 것 같다"며 "귀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최근 카카오의 좋은 분위기가 반영된 결정 같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너무 엄청난 금액이라 상대적인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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