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北 해커 침입·군 기밀 유출 못 막았단 이유로 징계는 '부당'"

뉴스1 제공 2021.01.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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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소속 사이버센터장, 장관 상대 소송서 '승소'
"수차례 회의 등 대응방안 논의…감봉 1개월 취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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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이세현 기자 = 지난 2016년 9월 북한의 사이버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시 군 사이버센터장에게 감봉 1개월의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원 등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국방부 소속 사이버센터장 A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판결에 법 위반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대법원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결정이다.

앞서 지난 2016년 9월 군 내부 전산망인 국방망이 북한 해커에 의해 해킹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군 작전계획 일부가 유출되는 등 다수의 자료가 새어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군 검찰은 수사를 진행했고, 북한 해커조직이 지난 2015년 1월 백신 납품업체를 해킹해 백신관련 기술정보를 탈취하고 군인터넷망의 서버와 PC에 악성코드를 유포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듬해 7월 이 사건의 전산망을 관리·담당하는 A씨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몇년 뒤 A씨는 국방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악성코드 분석 등에 비춰볼 때 백신중계서버의 교체를 결정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30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징계를 받은 적 없이 성실히 근무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봉 1개월의 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1심은 국방부의 징계처분이 위법하다며 감봉 1개월 징계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해킹사고의 원인은 군인터넷망과 국방망 사이에 망접점이 발생한 것이 핵심 원인"이라며 "이는 센터 서버를 운용·관리하는 국방통합 데이터센터의 잘못이며, A씨는 이에 관여할 권한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력, 기술력 등을 종합해볼 때 악성코드의 유포를 통해 군사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을지 단정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A씨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다른 결정을 했을 거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당시 사이버센터 백신중계서버에도 악성코드가 유포됐다는 사실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점, A씨가 관련자들과 수차례 회의를 거쳐 대응 방안을 결정한 점, 보고를 받은 후 A씨가 부하직원에게 파일배포기능을 삭제한 프로그램 제작을 요청해 배포하라고 지시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국방부 측은 항소했고, 사건은 2심으로 왔다.

국방부 측은 항소심에서 "백신중계서버를 교체하기 위한 대체장비가 없다고 하더라도, 해커의 공격을 감지한 이상 이를 섭외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며 "A씨는 지휘·감독의무를 게을리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하지만 2심은 "A씨는 다른 센터장에게도 업무 협조 요청을 했을 뿐 아니라, 다른 부대원들에게 백신 업데이트를 요청한 점이 인정된다"며 "대체장비 구입과 다른 사령부의 예비서버 차출은 A씨의 권한 밖의 일"이라며 국방부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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