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이 학대 당하고 있다"…편견에 숨어버린 예비 양부모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1.01.2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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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이 안 되고, 그 어린 아기들이 가정을 만날 수 없거나 늦춰질까 걱정됩니다."(국민청원 게시글 중에서)

‘정인이 사건’이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일부에서 학대 원인을 ‘입양'에서 찾아서다. 가뜩이나 적은 입양이 더 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입양가족은 정인이 사건의 본질은 학대지 입양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동학대 3만건 중 입양가족 84건..."정인이 사건의 본질은 아동학대"
"입양이 학대 당하고 있다"…편견에 숨어버린 예비 양부모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3만45건 중 입양가정에 학대가 발생한 경우는 0.3%(84건)에 불과하다. 89.5%가 친부모나 한부모, 미혼부·모, 재혼, 동거 가정 등 친생부모가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친생부모 가정의 수가 훨씬 많아 발생률을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입양가정이 아동학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입양가정은 입양기관의 사후관리로 아동학대가 드러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아동학대 사망은 2018~2019년 총 70건이 발생했는데 입양가정 사례는 1건이다.

하지만 ‘정인이 사건’ 발생 원인을 입양으로 돌리는 불편한 시선이 생기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와 맞지 않으면 아동을 바꾼다든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해 논란이 가중됐다.



입양 전 사전 위탁제도를 염두에 둔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입양가족 단체의 항의를 받았다. 전국입양가족연대는 "관련 제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당사자를 고려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줄어드는 입양, 늘어나는 시설보호..."입양 줄까봐 걱정"
7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갖다 놓은 물품들이 놓여있다.  /사진=뉴스17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갖다 놓은 물품들이 놓여있다. /사진=뉴스1
정인이 사건과 편견이 이미 입양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양을 준비하는 부모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시각에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입양 관련 대책을 쏟아내는 것도 그 뒤에 '입양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본인을 입양아라고 소개한 20살 청년은 “(정인이 사건으로) 주변에서 입양하는 것을 말리고, 하지 말라는 반대들이 심하다”며 “입양이 필요한 아이들이 입양을 못 하게 될 것 같아 걱정된다”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은 “입양을 마녀사냥식으로 비판하면서 오히려 입양이 학대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입양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입양기관은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국내 입양아동의 수는 크게 줄었다. 2011년 1548명이었던 국내 입양아동의 수는 2019년 387명까지 줄었다.

입양이 줄면서 가정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시설로 들어가고 있다. 2018년 학대, 유기 등으로 보호대상아동은 3918명이 발생했는데 시설보호가 2449명이나 됐고, 입양은 174명에 그쳤다. 2019년 감사원은 가정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2012년 입양의 공공성의 강화한 입양특례법 개정 후 입양은 줄고, 유기는 늘었다”며 “새로운 제도를 계속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제도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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