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강제 구조조정'…'눈물 젖은 빵' 먹는 60대 동생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1.01.12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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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금지 업종들 "빚 감당 안돼, 보상 '행방불명'" 주장도

박미숙(63‧가명)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지난해 기자와 문자 메시지로 나눈 대화 내역.박미숙(63‧가명)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지난해 기자와 문자 메시지로 나눈 대화 내역.


집합금지업종 폐업자인 박미숙(63‧가명)씨는 안양지역에 있는 푸드뱅크를 매주 하루 찾는다.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인 그는 식량을 배급받으러 가는 것 외엔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박씨는 "3개월간 받을 수 있는 (취약계층 대상) 긴급 생계비 지원을 한 번 연장해 다음달까지 받고 그 다음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는 박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교리적으로 극단적 선택이 큰 죄로 간주됨에도 박씨는 생활고에 대한 비관으로 동업자였던 언니와 함께 지난해 8월 객실 2개짜리 노래바에서 그런 시도를 했다. 자매는 유서에 코로나19 사태로 버티기 힘들다는 내용을 적었다. 노래바 등 유흥주점에 경기도가 8주간 집합금지명령을 내린 뒤 정부가 8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또 집합금지 조치에 나서자 빚을 감당키 어려워졌다.

언니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고 박씨는 살아 남았다. 그로부터 5개월 뒤 박씨는 "팔고 남은 김치나 빵들을 카트에 담아 와서 먹는다"며 "(누군가가) 안 먹으면 버려야될 음식들인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강제 구조조정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서울시 무도 유흥주점 업주 및 종사자들이 24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유흥시설의 코로나19 집합금지명령 해제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2020.9.24/뉴스1(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서울시 무도 유흥주점 업주 및 종사자들이 24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유흥시설의 코로나19 집합금지명령 해제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2020.9.24/뉴스1
코로나19 사태가 일으킨 사실상의 '강제 구조조정'으로 사회 한켠에서 취약계층에 편입되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할지 우려된다. 집합금지를 당한 업종을 중심으로 영업중단에 따른 손실에 비해 보상이 여전히 백지상태에 가깝다는 인식을 보일 정도다.

박씨는 머니투데이에 "폐업을 했더니 나는 완전히 (피해업종 지원대상에서) 없는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11일부터 사업자당 최대 300만원씩 지급되는 3차 지급재난지원금이나 최대 200만원씩 나왔던 2차 재난지원금 모두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2,3차 재난지원금 대상은 영업중인 사업자였다. 폐업자에겐 한 차례 50만원의 재도전 장려금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박씨의 연령대와 건강 상태, 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재도전이 언감생심이다.


노래방과 유흥주점 등 3곳의 가게를 차렸다 집합금지를 맞은 정모씨(60)는 "세금은 업소 3곳에서 다 걷고 집합금지도 다 걸렸는데 2·3차 재난지원금 모두 지원은 업소 개수 무관하게 단 한 업소에 대해서만 받게 돼 있다"며 "부자도 아니고 가족 생계가 걸려 있어 이 나이에 다시 현장 노동을 해야 하나 고민된다"고 했다.

세 업소를 합쳐 정씨가 부담하는 고정비는 한달에 1000만원 가량. 사업자금으로 진 빚은 1억8000만원 정도 된다. 정씨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사태 때 당구장이 망해 어렵사리 노동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차린 가게들"이라며 "부자도 아니고 가족 생계가 걸려 있어 이 나이에 다시 현장 노동을 해야 하나 고민된다"고 말했다.

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 "보상체계 행방불명"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인노래방 업주들이 160일간의 강제집합금지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래방 기기를 파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로 3차례 집합금지 명령을 받아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오는 18일 18일 이후의 집합금지 조치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1.1.6/뉴스1(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인노래방 업주들이 160일간의 강제집합금지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래방 기기를 파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로 3차례 집합금지 명령을 받아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오는 18일 18일 이후의 집합금지 조치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1.1.6/뉴스1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생경제연구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영업제한조치에 따른 피해 중소상인들의 손실보상 및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헌법소원의 청구인대리를 맡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남주 변호사는 "감염병예방법과 법체계가 유사한 가축전염병예방법 등에도 각종 제한명령에 따른 보상규정을 마련하고 있는데 유독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제한조치의 경우 법과 고시 어느 곳에서도 손실보상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평등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집합금지가 내려진 영업중인 업종은 당연히 지원이 돼야 하고 폐업자들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전후의 매출‧소득 자료를 근거로 선별적 지원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까지 합쳐 각 지원대상간 형평성을 고려한 지원이 돼야 하는데 재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국민에게 나눠줄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감염병 예방 목적에서 정부가 사업체들에 행사한 강제적 권한도 위치조회·이동제한 등 개인의 사생활을 제약하는 조치처럼 저항권 행사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예방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수록 정상적인 상황과 비교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영업의 침해를 할 수 있다"며 "고육지책으로 취해진 예방조치라도 개인이나 특정업종‧집단에 과도한 요구로 받아들여지면 시민은 요청하거나 항거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시민의 요청에 보다 수용적인 입장에서 (코로나19 사태를) 풀어가는 대응을 해야해 역할과 책임이 크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3차 재난지원금과 관련 "충분하지 않은 줄 알지만민생경제의 회복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앞으로도 정책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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