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할 돈으로 갭투자나 할 걸 그랬다" 사장님의 눈물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9.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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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의 코인노래방 사장인  이지혜씨(37‧가명)가 남편이 상가 임대인에게 전송한 문자 메시지 이미지 캡처를 기자에게 보냈다.경기 부천의 코인노래방 사장인 이지혜씨(37‧가명)가 남편이 상가 임대인에게 전송한 문자 메시지 이미지 캡처를 기자에게 보냈다.


"차라리 나라에서 그렇게 말리던 갭투자를 했으면 돈을 많이 벌었을 거예요. 코인노래방 사업 손실을 메꾸기 위해 5월에 처분했던 아파트 시세는 1억원 넘게 올라 있고 4억원 넘는 코인노래방 2곳의 시설권리금은 0원이 돼 초기 투자비 회수조차 못합니다. 만약 집합금지가 풀려도 종업원 인건비를 댈 수 없어 제가 직접 아들을 데리고 가게를 봐야 합니다."

올해 태어난 막내를 포함해 아들 3명을 기르며 남편과 함께 경기도 부천시에서 코인노래방 2개를 운영하는 1983년생 사장 이지혜씨(37‧가명)는 잔액이 전무한 사업자 통장을 촬영한 이미지를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달하며 이같이 말했다.



위험시설로 지목돼 영업을 아예 할 수 없게 된 자영업자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영업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들어가는 목돈을 바라보며 그냥 한숨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이들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13일 PC방과 달리 수도권 1만6000여개 노래방들에 대한 집합금지는 유지키로 하자 이씨는 "이대로는 올해를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경기 부천의 코인노래방 사장이 잔액이 전무한 사업자통장 이미지를 캡쳐해 기자에게 전달했다.경기 부천의 코인노래방 사장이 잔액이 전무한 사업자통장 이미지를 캡쳐해 기자에게 전달했다.
앞서 두 딸을 키우며 홀어머니까지 모시는 돌싱맘인 1984년생 코인노래방 사장의 사연 (관련기사 ☞"사모님, 부탁드릴 염치도 없습니다" 코노 사장님의 눈물)을 보도한 뒤 비슷한 또래 사장이 사연을 전했다.

버텨보려다 무주택자로…집값은 껑충 올라
밀레니얼 세대 대표로 회자된 '82년생 김지영'(2016년 출간)과 출생연도가 엇비슷하고 두 명 이상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들이다. 코인노래방 등 자영업이 중장년 이후 세대의 전유물은 아닌 것이다. 출산 이후 가정사나 경력 단절 등에 따라 자영업을 선택했다면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따른 경기 불안으로 암중모색인 상황에 하나둘 직면할 수 있다.


무역업종에 종사했던 이씨는 건강 악화로 전자업종에서 퇴직한 남편과 함께 부천에서 서로 다른 코인노래방 2곳을 2016년 무렵부터 운영해 왔다. 대출을 껴서 시설 권리금 4억원(업소당 2억원)에 바닥 권리금 3000만원 등을 마련해 코인노래방 2개를 차렸다.

지금은 코로나19 발 경영난으로 보유하던 집까지 처분했다. 경기도가 코인노래방에 대해 2주에 이르는 첫 집합금지를 내렸던 지난 5월 부부 공동명의인 부천 소재 아파트 전용 84㎡ 1채를 약 3억6000만원에 매도하면서 무주택 임차인이 된 것. 주택 매도 자금을 주택대출 상환·전세 전환·코인노래방사업대출 상환 등에 쓰고 있어 한달 1000만~1600만원 가량 하는 고정비 지출을 감당키 어렵다고 한다.

8월 중순 이후 노래방 전체에 집합금지가 걸린 와중에 이씨는 주택시장을 보며 박탈감을 느낀다. 이 집 동일 면적은 최고 6억원 매도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5억원에 실거래된 사례도 있다. 22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수도권에 발생한 풍선효과로 부천 아파트값 마저 오른 결과다.

코로나19 사태로 권리금 시세가 증발해 제대로 엑시트(출구전략)도 어렵다고 한다. 노래방을 차리려는 사람이 없어 반주기 등 관련 기기 수요가 뚝 떨어진 결과다.

안타까운 사연, 누가 자영업자 울렸나
노래방업자들은 "코노방 등 노래방은 고위험시설이 아니다"라며 정부에 명도소송의 유예를 위한 정책 등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수도권 노래연습장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고위 공직자가 행정명령을 통해 개인의 사유재산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면 배상의책임이 있다"며 "중대본 본부장을 고소하고 정부 상대로 손배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이면 자영업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와 맞물려 대규모 상가매물이 경매시장에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7~8월 상가 경매건수가 조금 늘었는데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면 임차인이 보증금을 전부 날리고 디폴트 되는 한편 건물주 상가가 경매에 넘어오는 사례들이 눈에 뛰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씨의 남편은 코인노래방 임대인에게 "적자가 오래돼 대출 한도도 더 나오지 않는다"며 월세 지급을 유예시켜달라는 문자를 보냈지만 건물주는 별다른 답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앞서 머니투데이가 보도한 84년생 코인노래방 사장의 사연과 관련해 한 포털에선 "애먼 소상공인 장사만 문 닫지 말고 교회를 강제 문닫아라 진짜(찬성 3450건, 반대 151건)" "정부는 할만큼 하고 있어 탓하려면 집회 참석자들한테 해야 맞는거지(찬성 3140건, 반대 819건)" 등의 주장을 실은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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