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상생법' 규제에 애꿎은 소상공인들 판로 막힐라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1.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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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내 새벽배송·당일배송 등 e커머스 규제안 발의될듯

SSG닷컴 온라인물류센터 / 사진제공=신세계그룹 블로그SSG닷컴 온라인물류센터 / 사진제공=신세계그룹 블로그


중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e커머스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이달내 발의될 예정인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COVID-19)로 판로가 막힌 중소상공인들이 e커머스를 통해 새로운 유통 판로로 적극 활용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규제가 되려 애꿎은 중소상공인들의 피해만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내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대형마트, 백화점 등 기존 규제대상에 쿠팡이나 마켓컬리, SSG닷컴 등 물류 창고를 설치해 판매·배송 사업을 하는 e커머스업체들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e커머스업체들의 사업 확장으로 중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사업품목 및 영업시간 조정 등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이에 따라 신선식품 새벽배송, 생필품 당일배송 등의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고,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과 같은 강제 휴무일이 적용되거나 판매 품목을 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게 된다.

신 의원 측은 e커머스 시장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아 오프라인 채널보다 파급 효과가 큰 만큼 골목 상권과 중소상공인이 매출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이 같은 개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신 의원실 관계자는 "알려진 개정안 내용대로, 이달내로 발의한다는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e커머스가 중소상공인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생각은 일차원적이라며, e커머스를 규제할 경우 정작 중소기업들이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오히려 e커머스 플랫폼이 소상공인 숨통을 틔우며 새로운 유통 판로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SSG닷컴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소상공인×SSG 기획전'에 참여한 소상공인 업체 280여곳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5% 증가했다. 특히 SSG닷컴이 단순한 온라인 중개에 머물지 않고, 업체가 납품한 제품을 홍보·판매까지 나서면서 시너지가 났다. 농수축산물 공급업체 '이룸씨앤지'의 매출은 SSG닷컴에 정육 선물세트와 제철 과일을 납품한 뒤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한우 가공업체 '친환경팔도'는 같은 기간 약 123%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였다.

마켓컬리도 입점 업체의 95%를 차지하는 중소상공인 파트너사의 지난해 거래 규모가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마켓컬리를 통해 거둬들인 매출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업체들도 다수 있었다. 수산물 밀키트를 공급하고 있는 한 파트너사는 지난해 인력을 1.6배 이상 고용하고 공장 규모를 2배 이상 늘렸다. 또 프리지아 화훼 농가는 한때 업종 변경까지 고려했지만, 지난해 2월 마켓컬리에 입점하면서 오히려 재배면적을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쿠팡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상반기 전국 소상공인 평균 매출이 -8%를 기록한 가운데, 쿠팡 입점 소상공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경북 청도 과일업체 '엘푸드'는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쿠팡 입점 4개월 만에 월 매출이 약 10배 늘었다. 전남 순천 꼬막 양식업체 '와온수산'도 쿠팡 입점 후 5개월 만에 매출액 2억원을 기록했다. 부산 의류업체 '이힝'은 쿠팡 입점 8개월 만에 매출이 30배 뛰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화하는 언택트 시대에 디지털은 지역 경제 부흥의 핵심요소가 됐다"며 e커머스가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e커머스와 중소상공인은 이분법적으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생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관계"라고 말했다. 또 다른 e커머스 관계자는 "e커머스를 규제한다고 전통시장이 활성화될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e커머스로 하여금 온라인 입점이 어려운 중소상공 업체를 발굴해 판로를 뚫어주도록 하는 게 실질적으로 중소상공인을 살리는 방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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