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 2019년 말 기아차 공장을 방문한 당시 장면.사진제공=기아차
합작 과정에서 의사결정 속도도 경쟁상대들에 비해 빠르다. 정의선 그룹 회장이 순수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UAM(도심항공모빌리티)으로 이어지는 투자 로드맵을 못박았다. 투자계획이 변경되거나 의사결정에서 좌고우면할 가능성이 낮다.
애플 전기차 공장은 바이든 행정부 핵심 과제인 '녹색일자리 창출'에 정확히 부합한다. 미국 정부로서는 공장이 해외로 가게 둘 수 없다. 애플 입장에서도 자율주행기술 확보 전략의 핵심은 미국 본토다. 여러 측면에서 전기차 생산거점이 미국 외 지역이 될 가능성은 낮다.
'현대차+애플' 제3의 파트너로 SK급부상 왜
(애틀랜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상원의원 결선 투표 지원유세 중 민주당의 존 오소프, 래피얼 워녹 후보에 박수를 치고 있다. ⓒ AFP=뉴스1
1~2공장을 합쳐 연간 2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배터리가 생산될 전망이다. 40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폭스바겐, 포드 등에 납품이 예정됐다. 성능 면에서는 이미 검증을 거쳤고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가 생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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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애플카' 프로젝트가 현실화한다면 SK이노베이션은 이미 한 발을 걸쳤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그룹의 E-GMP용 배터리 1차물량을 수주한 경험이 있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차물량(2023년 이후분) 수주에서도 최종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애플카를 생산한다면 SK 조지아공장서 만든 3차물량분이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2023년 이후는 배터리 설비증설이 이뤄지면서 지금같은 배터리 품귀 현상은 해소될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으로서도 애플카 납품은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투자계획도 여력이 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부문 대표는 지난 '인터배터리' 행사장서 기자들과 만나 "조지아에 공장을 추가로 더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점상 애플카를 염두에 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증설 의사는 분명히 밝힌 셈이다.
추가 재원 투입 가능성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는 최대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에 이르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었다.
애플, 폭스콘에 밀명? 합작 완료까지 변수는
3월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주요 인사들이 첫 삽을 뜨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6번째부터 왼쪽으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등. /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애플도 한가지 선택지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현대차그룹에 제안하던 시점에 다른 글로벌 대형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 조건이나 자율주행 기술 확보 수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애플이 내미는 손을 거절할 이유는 없다.
'자체생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위탁생산으로 애플과 한 몸 격인 대만 폭스콘은 최근 중국 바이톤과 손잡고 전기차기술 확보에 나섰다. 2022년 전기차 SUV(스포츠다목적차량)를 출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이 애플의 지시 없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애플이 직접 차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