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앞 복도에 민생법안 자료들이 쌓여 있다. /사진=뉴스1.
입법조사관 A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21대 국회 들어 초반부터 엄청난 양의 법안이 들어왔다”며 “상임위별 상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과거에 비해 법안 발의가 늘어난 것을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근이 일상적”이라며 “회의 일정에 맞춰 시한이 정해진 일들이 있기 때문에 야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의원들의 법안 심사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게 입법조사관들의 주요 업무다. 이를 위해 법안 검토보고서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참고할 자료를 작성한다. 법 체계상 적절성을 점검하고, 관련 당사자들의 주장과 의견을 담는다. 법안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자료다.
입법조사관 B씨는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법안인데도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짧으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에 의존하게 된다”며 “법안이 필요한 이유들을 중심으로 심사가 이뤄지게 되고, 현장에서 벌어질 부작용에 대해 검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씨는 “가끔 법안이 통과된 후 ‘왜 이런 부분조차 재대로 검토하지 않았냐’는 민원 전화를 받는다”며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큰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법안당 검토기간이 며칠 밖에 안 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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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 내 상임위 근무 기피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한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과로로 건강이 나빠지는 입법조사관들도 여럿 나오고 있다”며 “예전에는 서로 상위임에 근무하고 싶어 했는데, 이제는 이를 기피 하는 입법조사관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일하는 국회법’은 국회 본연의 업무인 입법 기능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회법 개정에 따라 매년 2·4·6·8월 열린 임시국회가 3, 5월에도 열린다. 상임위도 매달 2번 이상,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매달 3번 이상 열어야 한다. 하지만 과다 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회의가 늘어나도 입법의 질적 개선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수석전문위원은 “급하게 심사한 법안에선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며 “답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데, 과다 발의는 고민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적으로 경쟁한 모든 제도들을 정리하고, 법안 논의를 공들여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