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산마을 만석꾼 집 마당에 '작은 금강산'이 들어선 이유

머니투데이 진주지수(경남)=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1.01.04 05:30
글자크기

[기업(氣-UP)하기 좋은 나라]기업가 정신의 뿌리를 찾아서(1) 세 별이 자란 진주 지수 승산마을

편집자주 AC19(After Corona19) 시대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국가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국부의 근간인 기업의 기운(氣)을 끌어올려(UP)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한국의 기업가들과 기업가 정신의 뿌리 찾기에 나섰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의 작은승지로 불렸던 만석꾼 허만진 옹 앞마당에 돌로 쌓아올린 돌탑 형태의 일명 '승지마을 금강산' 모습. /사진=진주 지수 오동희 선임기자.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의 작은승지로 불렸던 만석꾼 허만진 옹 앞마당에 돌로 쌓아올린 돌탑 형태의 일명 '승지마을 금강산' 모습. /사진=진주 지수 오동희 선임기자.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내리 허씨 집성촌에는 '승산마을 금강산'이 아직까지 존재한다.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이 마을에 있던 두 만석꾼(토지로 200만평 규모) 중 큰 집인 '큰 승지' 지신 허준 선생(GS 창업자 허만정옹의 부친)의 의장(구휼을 위한 공동토지)을 통한 실천적 나눔은 마을 내 다른 친족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또 다른 만석꾼인 '작은 승지' 허만진 옹(翁) 자택 마당에 '승산마을 금강산'이 만들어진 계기이기도 하다.

이충도 지수초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우리 마을 큰 승지댁인 지신 어른(허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은 주변 친인척들에게 영향을 미쳐 마을 전체에 퍼졌다"며 "승산마을 금강산이라는 독특한 돌산도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돌산은 사회적 기부나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규휼도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살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신의 근검절약과 노동의 신성함을 물려받은 허만진옹은 어려운 이웃들이 춘궁기에 먹을 양식이 없을 때는 그저 곡식을 나눠주지 않았다. 마을 인근 방어산에 있는 돌을 집 앞마당에 가져다 놓으면 그 때서야 쌀 한되나 한말씩을 노동의 대가로 지급했다.

쌀을 얻어가는 사람들이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쌀을 갖도록 해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할 목적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가져다 놓은 돌들이 쌓여 마치 1만2000 봉우리인 금강산을 닮았다고 해서 '승산마을 금강산'으로 불렸다.



6.25 한국전쟁 직후 허만진의 후손이 일찍 유명을 달리하면서 그의 뒤를 이어 그 집안을 지킬 사람이 없어 집터는 거의 사라졌고, 앙상해진 '금강산'만이 그의 정신을 지키고 있었다.

단순한 자선을 통한 사회구제가 아니라, 어떤 노동이라도 그 가치를 인정해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하는 그의 정신은 '무노동 무임금'의 이슈로 갈등하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도 큰 울림을 준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의 작은승지로 불렸던 만석꾼 허만진 옹 앞마당에 돌로 쌓아올린 돌탑 형태의 일명 '승지마을 금강산' 모습. /사진=진주 지수 오동희 선임기자.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의 작은승지로 불렸던 만석꾼 허만진 옹 앞마당에 돌로 쌓아올린 돌탑 형태의 일명 '승지마을 금강산' 모습. /사진=진주 지수 오동희 선임기자.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