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같은 거 돈주고 써줬는데 절이라도 해"…'직장갑질 대상' 클라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0.12.2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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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이너/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1년5개월이 지났지만, 직장 내 갑질 실태가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평가하기엔 일러 보인다. 특히 감독 당국의 시야가 좀처럼 닿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사정이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은 올해 접수된 신원 확인 이메일 제보 2849건 중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10대 갑질 대상'을 선정해 27일 발표했다.



이 단체는 갑질 수상의 사례를 폭행·모욕 등 유형별로 나눴으며, 일부는 과거 해당 갑질로 유명한 이들의 실명을 붙이기도 했다. 10대 기업 대부분은 영세기업이었으며, '2020년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로 믿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갑질들이 반복되고 있었다.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음성녹취 파일에서 한 상사는 직원에게 "놀러나왔냐"며 욕설을 퍼부었고, 동시에 무언가를 툭툭 치는 듯한 소리도 들려 폭행을 의심하게 했다. 신고한 직원은 정시 퇴근에 대해 상사가 '칼퇴했네? 그만두게 해줄게. 이 새끼 따박따박 말 잘하네"라고 폭언했다고도 신고했다.



사장의 별장에 가서 김장과 농사짓기를 강요받는 등 업무 외적 노동에 시달리는 회사도 있었다. 제보자는 "매달 야외활동이라는 이름으로 1박 2일 사장님 별장에 가서 울타리 공사, LED 교체를 하고 만찬도 직원들이 준비한다"며 "다음날 오전 세면대 수리를 하고 비데까지 설치하고 돌아온다"고 전했다.

또 "팀원 중 한 명만 돌아가며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하고, 그마저도 10분 이내로 제한한" 회사,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무임금 노동을 강요한" 사장, 너 같은 거 돈 주고 써줬으면 바닥에 엎어져 절이라도 해"라고 한 대기업 화장품회사 지점장, 병원에 CCTV를 설치해 직원들을 실시간 감시한 병원장 부부 등도 10대 갑질대상 사례였다.

더욱이 단체가 '갑질 대마왕'으로 뽑은 한 중소기업 사장은 △코로나19를 이유로 6개월 무급휴가·무임금 노동 강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조해 수당 미지급 △새벽에 업무 지시 △동의 없이 CCTV 설치해 직원 감시 △성희롱·개인적 만남 요구하는 성추행 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 등 '종합갑질세트' 수준의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단체는 직장 내 갑질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갑질의 적용범위를 사장 친인척과 원하청관계, 아파트 입주민 등 사회통념상 상당한 지위를 가진 '특수관계인'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측이 조사를 미루거나 피해자 징계 등 조치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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