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2500→4000원' KBS 수신료 인상 로드맵 결국 해넘긴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0.12.2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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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KBS/뉴스1여의도 KBS/뉴스1


KBS가 수신료 인상 로드맵을 해를 넘겨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연말 이사회 상정으로 속도전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미룬 것이다. 준조세 성격인 수신료 인상에 여론이 부정적인 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습 추진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30일 이사회 상정 없다"…내년 초 논의 후 추진
24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사회를 연 KBS는 '수신료 현실화(인상)' 안건을 보완해 내년 초에 상정하기로 했다. KBS는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월 3500~4000원으로 최대 1500원 가량 인상하는 내용의 안건을 오는 30일 이사회에 올릴 계획이었다.



임병걸 KBS 부사장은 전날 이사회에서 악화하는 코로나 상황과 수신료 인상안에 담길 공적 책임 강화 방안 의 보완 필요성 등을 연기 배경으로 거론한 뒤 "올해 상정하지 않고 내년 초 논의를 거쳐 이사회에 상정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은 2007년, 2010년, 2013년에 이어 네 번째다. 2013년 당시엔 KBS 이사회와 방통위가 수신료 월 1500원 인상안을 의결했으나 국회 벽에 막혀 좌초됐다. 7년 만의 재도전이다. KBS는 지난해 75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적자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KBS는 "재정 규모가 10년 전으로 뒷걸음질 쳤다"며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면서 진정한 '국민의 방송'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40년째 묶여 있는 수신료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양승동 KBS 사장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방송연맹(ABU) 제57차 총회 비대면 기조연설에서 "KBS는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이 있지만 공영방송사로서 책임이 커져 가는 상황에도 지난 40년간 수신료 동결로 재정위기 상황을 맞았다"며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양승동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E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2020.10.15/뉴스1(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양승동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E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2020.10.15/뉴스1

"왜 올리나" 부정 여론 부담…우군인 與서도 '신중론'

KBS는 재난 전문방송으로서의 시스템 고도화와 24시간 서비스 기반 구축, 공영방송의 공정성 확립과 국민 참여 저널리즘 구현, 대하드라마의 부활과 고품격 예능·다큐멘터리 제작, 장애인·다문화·실버세대 등 취약계층과 지역사회에 대한 방송기반 강화 등을 수신료 인상 근거로 꼽는다.

KBS는 내부적으로 현재 전체 재원의 46%(6750억원) 수준인 수신료 재원을 영국 공영방송 BBC 수준인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신료 비중을 70% 이상으로 올리려면 월 수신료가 3800원이 넘어야 한다. 지금보다 1000원 이상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매달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와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다. 방송시장의 급격한 재편으로 시청자들은 지상파 대신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 유료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소비한다. 이런 이유로 "보지도 않는 데 수신료를 더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 많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이 된 KBS의 공정성 문제와 고질인 방만경영도 여론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우군이던 여권도 최근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지난 17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KBS 수신료 인상은 이사회가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과방위에서 (인상안을) 쉽게 통과시킬 성질의 것은 아니다. 여러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의원은 특히 "KBS에 대해 방송의 공정성 문제, 거버넌스 문제 등 여러 차원의 문제제기가 있다. 시민들이 방송 미디어를 접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며 "그런 측면을 종합적으로 봐서 결론을 낼 부분이지 급하게 이사회에서 인상안을 올렸다고 국회에서 의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영방송인 KBS 수신료는 방송법 제65조에 따라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뒤 수신료 산출 내역과 시청자위원회 의견, 수신료 관련 여론 수렴 결과, 이사회 의결 내역 등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고 국회 승인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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