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187인 중 찬성 185인, 반대 0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001년 지방세 과세처분에 대한 필요적 전치절차로서 심사청구를 거치도록 규정한 구 지방세법 제78조 제2항에 대해 위헌으로 판정함으로써 지방세 행정심판은 그 동안 임의적 전심절차로 운용되어 왔는데, 약 20년만에 다시 필요적 전치로 복귀한 것이다.
조세소송에서 필요적 전치주의를 취하는 이유로는, ① 조세에 대한 처분은 대량적,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② 쟁점이 사실인정에 관한 것이 많아 전심절차에서 비교적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으며, ③ 조세법규의 해석은 전문적, 기술적 성격을 가진 것이 많아 전심단계에서 논점을 정리하여 법원의 심리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 등이 제시되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문제점이 지적된 과세 사안에 대해서는 전심절차에서 구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내우 낮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임에도 절차상 전심을 거치지 않고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전심절차에서의 심리 기간이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전심절차가 납세자의 신속한 권리구제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안에 따라서는 신속한 권리구제가 생명인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 필요적 전치주의는 오히려 권리구제의 장애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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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전심절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세심판원은 형식상 과세관청에 대한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고,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으나 과연 그 권한행사에 있어서 실질적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헌법 제107조 제3항은 “재판의 전심절차로서 행정심판을 할 수 있다. 행정심판의 절차는 법률로 정하되, 사법절차가 준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행 전심절차는 사법절차에서와 같은 절차적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고, 과다한 업무부담 때문인지 신속한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법원에 곧바로 조세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아니면 전심을 거진 후 조세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납세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실효성이 낮은 불복절차는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복기간의 장기화로 인한 여러 불이익만 가중시킬 뿐이다.
언젠가 기획재정부에서 조세쟁송에 관하여 임의적 전치주의에 대한 입법안을 검토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를 본 적이 있지만,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번 개정법 시행으로 조세쟁송에서의 임의적 전치는 먼 훗날의 일이 되고 말았다.
임의적 전치주의를 채택함으로써 납세자가 전심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조세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어야 한다. 그것이 적어도 현재와 같은 전심 제도에서 헌법상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납세자의 권리를 보다 충실하게 보호하는 길임에도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진 점에 대하여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정재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