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부실화에 대비하자[MT시평]

머니투데이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0.12.07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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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세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나고 있다. 백신이 곧 나온다니 힘들더라도 올 겨울을 잘 버텨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경제상황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안그래도 우리 경제에 저성장,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코로나19는 이를 더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금리가 낮아지면서 가계와 기업이 모두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가중평균 대출금리는 작년 12월에 3.22%에서 올해 10월 2.66%로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가계와 기업이 올해 들어 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올해 1월에서 10월까지 은행 가계대출은 80조2000억원이 늘어났다. 작년 같은 기간에 증가액이 46조5000억원이었으니 무려 72.5%나 더 커졌다. 은행의 기업대출은 더하다. 작년 1월에서 10월까지는 45조2000억원이 증가했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에 106조3000억원이 늘어났다. 증가 규모가 작년 대비 무려 2.4배나 커졌다.

이처럼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금리가 낮아져 이자부담이 줄어든 요인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의 경우 자산가격 상승이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경기 상황은 좋지 않은데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연일 뜨겁다. 올해 3월 코로나19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1482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현재 2700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또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시장은 매매, 전세할 것 없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처럼 자산가격 상승세가 거세지자 가계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출을 많이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빚내서 주식 사고, 아파트 사고, 전세금 내는 경우가 많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대출은 경기하강과 관계가 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며 매출이 급감하자 기업들이 일단 빚을 내서 버티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인데 의외로 은행들의 부실대출 관련 지표들은 좋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9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65%로 작년 같은 달의 0.86%보다 오히려 더 개선됐다. 원화대출 연체율도 9월 말에 0.3%로 작년 같은 달의 0.44%보다 낮아졌다. 경기도 안좋고 매출 감소를 빚으로 버티려는 수요 등이 많아 대출이 크게 늘고 있는데 부실대출 관련 지표들은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단 시차에 의한 효과가 크다. 부실대출비율은 부실대출을 총대출로 나누어 계산한다. 대출이 늘어나면 일단 분모인 총대출은 즉각 늘어나지만 분자인 부실대출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나타난다. 따라서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면 일단 분모가 커져 부실대출비율은 낮아지지만 나중에 부실이 현재화 되면 그때 높아지게 된다.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면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대출은 생산적인 투자를 위한 대출이 아닌 경우가 많아 질이 좋지 못하다. 이렇게 계속 가다가 자산가격이 고꾸라진다든지 경기회복이 더뎌지면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은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지금 지표가 좋다고 방심하지 말고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진제공=금융연구원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진제공=금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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