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딸 화장실서 도촬 당했는데…범인은 촉법소년" 아버지의 청원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0.12.0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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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여자 화장실에 침입해 휴대전화로 초등학생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 남중생이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피해 학생의 아버지가 "성범죄 용의자가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약한 처벌을 내리면 안 된다"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만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인 이 남중생은 범행 도구로 쓴 휴대전화가 없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3살 딸아이가 화장실 도찰 피해자가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분당에서 지난달 4일 오후 8시쯤 딸이 다니는 학원 건물의 여자화장실에 어떤 남학생이 침입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경찰에 신고하고 CCTV를 확인해 범인을 잡았지만, 한 달간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용의자인) 남중생은 화장실 침입은 인정했으나 '부모가 핸드폰을 부수었다'고 주장해 촬영, 외부 전송 여부 등을 확인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이 주장을 알고서도 10일 넘게 영장 신청을 하지 않았고, 검찰도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서야 영장을 발부했다"며 "용의자 확정 이후 4주간 진전이 없다. 경찰은 촉법소년 얘기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장실 불법촬영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화장실 불법촬영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청원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오후 8시5분쯤 A군(13)은 분당구 수내동 소재의 한 건물 2층 여자화장실 침입했다. 이후 피해 학생인 B양이 화장실 문틈으로 A군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폰 카메라 렌즈를 발견해 인기척을 내자, 용의자는 사라졌다고 한다. B양의 아버지인 청원인은 이를 신고했고, 경기 분당경찰서는 조사결과 용의자로 A군을 특정했다.

청원인은 "용의자가 '여자화장실에 들어갔지만 촬영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핵심 증거물인 핸드폰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촉법소년 얘기는 사실관계가 밝혀진 후에 법원에서 고려할 문제지, 경찰이나 검찰이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만 10세~13세까지는 전과 기록만 안 남을 뿐 소년원 등 처벌 자체를 안 주는 건 아니더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은 명확한 성범죄다. (용의자가)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흐지부지되면 안 된다"며 "비약일 수 있겠지만, 이런 아이가 나중에 커서 제2의 조주빈이 될 수 있다. 그 아이의 처벌도 처벌이지만, 잘못을 바로잡고 바르게 자라도록 돕고 싶다. 이를 위해 수사는 빠르고 정당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게시된 지 이틀 만인 4일 오전 8시 기준 25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 사전동의 100명 이상 기준을 충족해 관리자가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인 상태다.

한편 경찰 측은 이 사건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형사 미성년자인 촉법소년 수사절차 상, 경찰 및 검찰 측 검토 등으로 압수수색 검증영장 신청과 발부에 다소 시일이 경과했다"며 "현재 피혐의자 주거지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등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 분당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및 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 혐의로 A군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으며 노트북, USB 등 저장기기를 압수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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