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수능' 작년과 비슷하거나 쉬웠다…결시율 역대 최고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기성훈 기자 2020.12.0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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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수능]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수학·영어 영역이 전반적으로 작년과 비슷했거나 좀 더 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 출제됐던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고난도 문항의 경우에도 체감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이번 수능 세대가 학습에 차질을 겪었던 점을 고려하면서도 고난도 문항을 배치시켜 변별력을 확보하려는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위원장인 민찬홍 한양대 교수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코로나19(COVID-19)로 인해서 이번 재학생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학생들이 이번 시험에서 특별히 어렵다는 인상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예년의 변별도를 유지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검토진에서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문제를 수정하는 데 신경 썼다"며 "보통 정답이 있고 경쟁력 있는 오답이 몇 개나 되는지 문제에 의해 (난이도가) 갈리는데 최종 결과물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애를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과 수능 출제본부는 인위적인 난이도 조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수능 검토위원장인 정인실 한서대 교수는 "지난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의 특성이 예년과 특별하게 다른 게 발견되지 않았고 응시 집단에서의 학력 양극화에 대한 특이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능은 기본적으로 학업 성취도 평가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대입 전형에 필요한 자료로 활용하는 그런 가치가 있기 때문에 예년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국어, 작년 수능·올해 모평보다 쉬웠다…킬러문항 40번
국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이나 올해 6월,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서 약간 쉽게 느껴질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어 영역에서 난이도가 높다고 평가 받는 '독서'에서 경제 주제 관련 지문이나 수학적 계산을 요구하는 문항이 없어서 체감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시상담교사단 소속 오수석 경기 소명여고 교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출제 경향 및 문항 분석 브리핑에서 "기존 출제 유형이 그대로 유지됐고 지문의 길이도 비교적 적당했다"고 밝혔다.

고전문학 지문과 필자의 심경을 묻는 고전시가·수필 복합 40번 문항이 고난도 문항으로 꼽혔다. 해당 지문은 EBS 수능 비연계 작품이었고 제시된 보기의 의미를 명확히 파악한 다음 낯선 작품과 연계해야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

'북학의' 지문과 연계한 비판적 사고를 측정하는 20번 문항, 3D 애니메이션 모델링 관련 비문학 지문의 이해력을 측정하는 36번 추론 문항도 고난도로 평가받았다.

윤상형 서울 영동고 교사는 "기존 독서지문 일반적인 독서지문을 주어진 지문에서 정보 찾아 확인하는 거라면 이 문제는 주어진 지문 내용 이해하고 추론을 해야 하는 문제였기에 제시문 통해 내용 찾지않고 사고 과정 거쳐야해서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민찬홍 수능 출제위원장이 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충실히 반영하고 대학 교육에 필요한 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 기본 방향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2020.12.3/뉴스1(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민찬홍 수능 출제위원장이 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충실히 반영하고 대학 교육에 필요한 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 기본 방향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2020.12.3/뉴스1
수학 나형 작년과 난이도 비슷…가형, 시간 소요되는 문제 출제
수학 나형은 지난해 수능이나 올해 6월,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난이도가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반면 가형의 경우 수험생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가형도 고난도 문항의 경우에는 작년 수능과 비슷하거나 쉬운 수준으로 출제됐지만 중난도의 문항에서 계산이 필요한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오 교사는 "수학 나형은 기본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한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2점, 3점 문항이 작년 수능과 올해 9월 모평과 유사하게 출제된 게 다수 있어 수험생들이 친숙하게 느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학 가형과 관련해서는 "나형의 4점 짜리 문항이 수학 가형에 3점 짜리 문항으로 출제돼 해결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필요한 중난도, 고난도 문항이 많았다"며 "미적분에서 고난도 문항이 상대적으로 많이 출제됐고 논리적 접근과 추론 능력을 평가하는 문항이 다수 출제돼 개념적용이 어려운 일부 학생에게는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 나형에서는 20번, 21번, 29번, 30번 등 4개 문항이 상위권을 변별하는 고난도 문항으로 지목됐다. 특히 20번과 30번 문항이 신유형으로 꼽혀 학생들이 어렵게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조만기 경기 판곡고 교사는 "나형 신유형인 20번 문항은 미분과 적분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며 "30번 문항은 절대값이 포함된 함수, 구간 나눠 정의된 함수, 미분과 연속성 확인하면서 신유형이면서 고난이도 문항으로 힘들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환 서울 혜화여고 교사는 "수학 가형 19번은 신유형이라 할 수 있다"면서 "지수함수 그래프와 등차수열 복합적으로 묻는 빈칸 추론 문제로 중상 난이도면서 신유형"이라고 분석했다.

학원가에서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종로학원과 진학사 모두 수학 가형은 작년 수능보다 다소 까다로웠고 나형의 경우 다소 쉬웠다고 분석했다. 가형, 나형 둘 다 고난도 '킬러문항'들이 다소 쉽게 출제됐다는 평가다.

영어 영역 난이도, 작년과 비슷
영어 영역 난이도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고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쉽게 느껴졌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시상담교사단 소속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는 3일 '2021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출제경향 분석 브리핑'에서 "올해 영어영역은 새로운 유형이나 고난도 지문이 적게 출제돼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분포가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성호 인천 숭덕여고 교사는 "자전거 공유서비스, 온라인 재택 수업 등 최근 사회변화를 소재로 여러 지문이 문제로 출제돼 특히 중위권 학생들에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상위권을 가르는 변별력있는 문제로 빈칸추론 유형인 33번, 34번과 문장 삽입 유형인 39번이 꼽혔다. 유 교사는 "다만 31번부터 시작되는 문항 중 일부 EBS 연계 지문을 포함해 문맥 파악이 쉽지 않은 지문이 있어서 중상위권을 변별하는 문항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홍 경북 무학고 교사는 "뇌과학을 소재를 다룬 33번 문제는 생소한 어휘로 정답을 유추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39번은 저작권 개념을 소재로 한 다소 추상적이고 생소한 내용이라 중상위권을 변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시율 역대 최고…"예상보다는 높지 않아"
수능에 아예 응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수능 1교시 결시율은 13.17%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입상담교사단 소속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는 "사실 올해 결시율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가채점을 갖고 섣부르게 판단하기보다 나머지 일정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전날 총 414명의 수험생 진단검사를 실시한 결과 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및 지자체 공동 현장관리반에서 시험 시작 이전에 신속하게 확진 수험생의 시험장 배정과 안내를 완료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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