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이기범 기자
검사장 출신 법조인 34명은 27일 추 장관은 윤 총장 직무배제 명령을 재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 처분은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취임 이후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 감찰 사건, 채널에이 취재윤리 위반 사건, 라임 사태 정치인 수사와 윤 총장 가족 관련 사건 수사 등 사안에서 수사지휘권을 세 번 발동했다. 이 과정에서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찍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졌고,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평행선을 달리던 두 사람 관계는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으로 파국을 맞았다.
반면 이성윤 지검장 휘하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부장검사들은 규탄 성명서를 게시했다. 중앙지검 부장검사 일동은 "지난 검찰의 과오에 깊이 자성하고 일련의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법무장관은 일선 검사들의 충정어린 목소리에 귀기울여 검찰총장에 대한 처분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안팎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추 장관은 27일 오전 장문의 입장문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추 장관은 "사상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로 검찰조직이 받았을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검사들의 여러 입장 표명은 검찰조직 수장의 갑작스런 공백에 대한 상실감과 검찰조직을 아끼는 마음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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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는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판사 개인정보 수집 의혹을 확인 한 이상 직무배제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헌법가치 훼손"이라며 징계사유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 총장은 재판업무를 위해 언론 등에 공개된 자료들을 정리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를 놓고 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재판부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이 정도 정보수집을 사찰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반응도 있다.
결국 추 장관의 입장문 이후에도 일선 검사들의 규탄 성명서 발표가 이어졌다. 전국 21개 검찰청 부장검사 69명은 27일 오후 성명문에서 "명확한 진상 확인 없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이루어진 위법, 부당한 징계 청구 및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철회해달라"며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고통받는 위중한 상황에 더 이상 법무·검찰의 문제로 국민들께 고통을 더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밝혔다.
검사 총원과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을 규정한 검사정원법, 시행령과 이날 오후 상황 등을 종합하면 이미 과반 이상의 검사들이 추 장관 규탄 목소리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검사정원법에 따르면 검사 총원은 2292명이다.
한편 윤 총장 감찰을 맡은 대검찰청 감찰부를 향한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7일 오전 '감찰본부 구성원들에게 올리는 글'이라는 메시지가 검사들 사이에 퍼졌다. 이 글의 작성자는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감찰부 소속 검사들 실명을 거론하면서 "당신들은 검사입니다. 뭐시(무엇이) 중한가요"라고 따졌다.
이어 24일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은 절차를 무시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차곡차곡 쌓이는 권한남용의 범죄나 비위를 어찌 감당하려 이리 무모하게 인생을 던지시는지"라고 비판했다.
이번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의 효력이 계속 유지될지 여부는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사건 판단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사건을 맡은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오는 30일 심문기일을 열고 추 장관과 윤 총장 양측 의견을 듣기로 했다. 결과는 심문 후 며칠 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