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불법사찰' 근거 보고서 작성 검사 "수사팀 자료 받은 사실 없어"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20.11.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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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같은 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법무부가 이날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관련 대면조사를 강행하기 위해 전날(18일) 재차 공문을 보내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이 벼랑 끝을 향하는 양상이다. 2020.11.19/뉴스1(서울=뉴스1) 박세연 =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같은 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법무부가 이날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관련 대면조사를 강행하기 위해 전날(18일) 재차 공문을 보내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이 벼랑 끝을 향하는 양상이다. 2020.11.19/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를 조치하면서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물의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사법농단 수사 당시 입수한 법원 인사자료가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기도 했다.

25일 머니투데이 더엘(theL) 취재를 종합해보면 그러나 추 장관이 근거로 든 대검찰청 보고서에는 법원행정처 문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추 장관은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이 이뤄진 사건들을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조 전 장관 사건이라고 거론했지만 해당 보고서에 거론된 재판부 내용은 양승태 전 대법관 재판 관련이었다.



2019년 6월 경 양 전 대법원장 등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 배당이 정해졌을 때 배석판사 중 한명이 양 전 대법원장이 만든 물의 야기 법관 명단에 올랐던 판사였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이 공정성 이슈를 제기하며 재판부 기피신청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재판의 쟁점 중 하나였던 만큼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를 검찰 측에서 내부 보고서로 기재하게 됐다고 한다.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성상욱 고양지청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중 한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 구성원 중 A판사가 전임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 이미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피고인의 변호인이 그 사실을 재판부에 문제제기하며 '배석 판사가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고, 공판팀이 이미 아는 내용을 리마인드 차원에서 기재한 것"이라며 "수사팀으로부터 자료를 받을 이유도, 그런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이 부분은 피해 당사자가 재판을 맡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어 재판결과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었기에 참고하라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료 작성 의도는 누구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라 주요 사건 공판검사들이 공소유지를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약점을 잡아 악용하려는 게 이른바 '사찰'이지 어떤 처분권자에 관한 유의사항을 피처분자 입장에서 정리한 게 사찰이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자료 작성 방법도 컴퓨터 앞에 앉아 법조인 대관과 언론기사, 포털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으며 공판검사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 마치 미행이나 뒷조사를 통해 해당 자료를 만든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을 보고서에 담았다고 지적된 부분도 "해당판사 이름을 검색해보면 거의 대부분 논란이 됐던 '정치적 사건'이 기사화돼있다. 일부러 '정치적 사건'을 찾아 기재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세평도 '공판검사의 평가'를 세평이라는 제목으로 붙인 것일 뿐이라고 했다.

성 검사는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범위를 규정한 대통령령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상 수사정보2담당관은 사건 관련 정보와 자료 수집, 관리 업무를 하도록 돼 있으며 위 사건 관련 정보엔 공판 중인 사건 관련 정보도 포함되고, 대검훈령인 '대검찰청 사무분장 규정'에도 동일한 내용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본건 자료 작성 및 배포는 법령상 직무범위 내 행위임이 명백하다"며 해당 자료는 대검 내 주무부서인 반부패부, 공공수사부에만 제공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법무부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작성 책임자인 저에게 해명을 요구하거나 문의한 사실이 없다"며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라는 중요한 처분을 하는 과정에 어떤 확인도 없던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추 장관이 재판부 불법사찰 사건으로 언급한 "'물의 야기 법관' 내용은 조 전 장관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김모 판사가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들은 이 당시 보고서를 넘겨받았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인데 추 장관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그에게 수사자료를 판사 사찰용으로 넘겨준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재판부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윤 총장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농단·사법농단으로 탄핵되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불법 사찰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국기문란이자 중대범죄"라며 "특히 사법농단·국정농단 수사를 이끈 사람이 윤 총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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