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는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부지기수다. 기업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과 일본에는 200년 이상 유지되는 기업도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년 이상 된 전 세계 장수기업이 7000개가 넘는다.
국내에서 100년 기업은 아직까지 기업인들의 꿈에 가깝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창업 100년을 넘긴 국내 기업은 9곳뿐이다. 200년 이상 기업은 없다.

산업화가 늦었다는 말만으로는 해명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 S&P지수에 등재된 전 세계 90개 기업 평균수명이 65년인 데 비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집계한 국내 10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은 28년에 그친다. 한세대를 넘기지 못했다는 뜻이다.

국내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한 2세 기업인은 "상속세를 3번 내면 경영권이 사라진다는 얘기가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지분 100%를 물려받은 기업인이 상속세 60%를 내면 지분이 40%로 줄어들고 그 다음 대에서 남은 지분 40%에 대해 또 한 번 60%의 상속세를 내면 최초 지분의 16%만 남는다. 한번 더해 3대째 상속하면 지분이 6.4%만 남는다.

프랑스, 독일, 일본, 스위스 등 17개국은 전체 상속자산이 아니라 상속인 개개인이 받는 자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제도를 도입했다. 전체 상속자산이 최고세율 구간에 해당하더라도 유족 여러 명이 나눠 상속하면 최고세율을 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장수기업이 많은 독일에서는 가업을 승계하면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을 50%에서 30%로 낮춰준다. 기업상속공제 등 공제혜택까지 활용하면 실제 부담하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4.5%까지 낮아진다. 이런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이 매년 7000~1만개사에 달한다. 일본은 2018년부터 가업상속은 상속세를 유예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법인세 납부능력지수도 창업 10년 미만 기업은 0.52에 머무는 데 비해 60년 이상 기업은 5.14까지 올라간다. 해외에서 장수기업을 늘리기 위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스웨덴에서는 세계적 제약회사 아스트라AB와 가구업체 이케아 등 상속세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해외 이전을 준비하자 2005년 의회가 만장일치로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들 기업은 곧바로 이전 계획을 철회했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 부의 재분배를 위해 당장 상속세를 많이 거두는 게 효과적이냐, 상속세 부담을 낮추되 장수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늘리는 게 효과적이냐의 문제"라며 "상속세를 3번 내면 기업이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