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하랬더니 '배신'한 카카오뱅크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20.11.1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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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중신용자 외면에 금융당국 "인가계획대로 하고 있나" 경고…검사 유예 등 지원도 정상화

카카오뱅크 / 사진제공=카카오뱅크카카오뱅크 / 사진제공=카카오뱅크


금융당국이 혁신을 기대하고 밀어 줬는데, 금융당국을 배신한 결과를 보여줬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 이야기다.

'여신 상품별 고객 비중은 건수 기준으로 중저신용자(CB(신용평가)사 신용등급 기준 4~8등급)과 비상금대출(1~8등급)이 전체 46.1%이며 고신용자(1~3등급)가 53.9%였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10월 출범 100일 성과를 이렇게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뱅크는 중신용자를 외면하고 있다며 난타를 당했다.

12일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중 고신용등급 비중은 2017년 87.95%에서 올해 6월말 93.59%로 5.64%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중신용자인 5~6등급은 10.27%에서 5.54%로,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1.78%에서 0.87%로 낮아졌다.



배 의원은 “중금리 대출 활성화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취지가 무색하다”고 지적했다.

신 파일러(금융거래 실적이 없는 사람)와 서민들을 위한 포용적 혁신을 당부했던 금융당국이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와 함께 아직 출범도 전인 가칭 ‘토스뱅크’를 불러 중금리대출 확대를 주문했다.

'혁신' 하랬더니 '배신'한 카카오뱅크
특히 금융위원회는 이들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 1조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인터넷전문은행법 1조엔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혁신과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인가 계획대로 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며 “기존의 시중은행과 비교해 편리한 것 말고 다른 점이 무엇이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범 초기 부담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 정책도 되돌리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그동안 유예된 바젤Ⅲ 규제를 올해부터 적용받는다. 다른 은행처럼 유동성커버리지비율과 순안정자금조달비율을 100% 이상 유지해야 한다. 3%의 레버리지비율도 지켜야 한다. 자본규제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추가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카카오뱅크에 대한 부문 검사를 실시했다. 급성장한 카카오뱅크가 위기 관리 능력을 갖췄는지 들여다봤다. 2~3년내 종합감사 가능성도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3년까지는 검사를 유예해 주기로 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설립 초기 2~3년은 지원했지만 앞으로 계속 그럴 수는 없다”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취지에 맞는 행태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을 더욱 신경써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내년 계획에 반영하는 등 중금리 대출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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