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돈 대신 원하는 건 '피 땀 눈물'?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11.1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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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11월의 밤 치곤 포근한 날씨였다. 7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 주차장을 가득 메운 수천명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 연설이 당초 예정된 저녁 8시보다 30분 넘게 지연됐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미국 최초의 여성·다문화 부통령이 될 카멀라 해리스의 소개를 받은 바이든은 검은 마스크를 쓴 채 뛰어서 무대에 등장했다.

미국 최고령 대통령에 오를 78세의 노정객은 "미국이 다시 전 세계의 존경을 받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힘이 아닌 모범으로 세계를 이끌겠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워온 '미국 우선주의'와 '일방주의'의 폐기를 알린 셈이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정통 외교 전문가 바이든의 안보 철학은 '동맹과 함께할 때 더욱 강하다'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현직 대통령처럼 주한미군 철수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지는 않겠다고 그는 이미 약속한 바 있다.

그렇다고 그가 동맹들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소중한 피와 땀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라크 전쟁을 앞둔 2002년 10월10일, 상원 원내 연설에서 바이든은 미국의 독자 행동이 아닌 유엔을 통한 개입을 촉구하며 이 같이 말했다.

"미국은 필요하다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단독으로 행동하면 사망자와 비용, 전 세계에서 발휘하는 영향력 면에서 훨씬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한다."


자국 젊은이들의 희생과 전쟁 비용, 국제적 지위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다른 나라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주장에도 당시 부시 행정부는 2003년 영국 등 극소수 동맹국하고만 이라크 전쟁을 벌였다. 재건 사업이 시작되자 우려했던대로 거점 방어와 치안 유지를 위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때도 바이든은 유럽 등 동맹국들의 힘을 빌리자고 앞장서 주장했다.

#미국 외교가의 전형적인 '동맹파'인 바이든은 미국의 50여개 동맹국 가운데 하나가 자신들로부터 멀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 그게 숙명의 패권 경쟁국인 중국, 미국에 맞서 핵을 개발한 북한과 지척에 있는 국가라면 말할 것도 없다.

2013년 12월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 자격으로 방한한 바이든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이 일갈했다.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게 좋은 '베팅'인 적이 없었다. 미국은 한국에 계속 베팅하겠다."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려 하는 박근혜정부에 날린 사실상의 경고였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고, 이후 미국의 압박 아래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가 뒤따랐다.

중국의 '한한령'으로 우리 경제를 흔들었던 '사드 배치'가 이뤄진 건 2017년 트럼프 행정부 때지만, 이를 밀어붙여 한국의 약속을 받아낸 건 오바마 행정부였다. 당시 부통령 바이든이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깊숙히 관여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가치를 공유하고 서로 지켜주기로 약속한 동맹, 게다가 70년 전부터 함께 싸운 혈맹이면 이 정도 고통은 감내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반(反)중국 연합체 성격인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다자 안보협력체)를 확장한 '쿼드 플러스'에 한국도 참여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 압박의 강도가 사드 때만큼 세진 않다. 방위비 분담금을 4배로 올려 내라고 요구하면서 그런 것까지 강요하는 건 장사꾼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바이든이 원하는 건 돈이 아니다.

중국 포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 아베 내각이 주도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채택한 것이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또는 '아시아 회귀' 정책도 중국 압박이란 목표에선 다르지 않았다. 향후 중국을 옥죄기 위한 구상에 동참하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사드 사태의 수난이 무조건 반복되리란 법은 없다. 바이든의 참모들도 사드 사태로 한국이 겪은 일을 모를 리 없다. 미 대선은 끝났지만 우리의 게임은 지금부터다. 2016년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게이트'를 의식한 바이든 캠프는 대선 전까지 외국 정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역량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바이든이 돈 대신 원하는 건 '피 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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