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제 없이 CT 선명하게…부작용 없는 치매 모니터링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11.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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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연구진, 테라헤르츠파 기술과 메타물질 결합

메타물질을 이용한 고민감도 비표지 테라헤르츠 생체 이미징 기술 모식도/사진=KIST메타물질을 이용한 고민감도 비표지 테라헤르츠 생체 이미징 기술 모식도/사진=KIST


국내 연구진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조영제를 쓰지 않고 생체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통해 질병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서민아 박사 연구팀은 테라헤르츠(THz, 1012Hz) 전자기파를 이용해 조영제 없이도 생체 내에 미량만 존재하는 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PET(양전자단층촬영), CT(컴퓨터단층촬영), 형광현미경 등을 이용해 생체 내부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촬영 대상이 잘 보이도록 하는 조영제를 쓴다.

하지만 조영제가 몸 속에서 생체 조직과 반응해 조직을 변형시켜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테라헤르츠 전자기파는 1초에 10의 12제곱 만큼 진동하는 주파수를 가진 전자파다. 의료·보안·환경·산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치매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플라크’ 단백질을 모니터링 했다.

이는 아밀로이드 전구단백질이 뇌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펩타이드로 알츠하이머병 등의 퇴행성 뇌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테라헤르츠 전자기파는 X레이나 방사선처럼 고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아 생체조직을 변형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X레이나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기 때문에 매우 작거나 극미량의 물질은 관찰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 테라헤르츠파는 생체 내 수분에 흡수돼 사라지기 때문에 관찰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는 어려움도 따른다.

KIST 연구팀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성질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인공물질인 메타물질을 개발해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해냈다.

메타물질을 활용해 대상 물질의 광학적 특성을 바꾸면 특정 파장에서 금속을 플라스틱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서 박사팀은 테라헤르츠파의 민감도를 높이고 생체 내부의 물과 만나 흡수되지 않도록 수분과 만날 경우 그 경계면에서 반사돼 돌아오도록 하는 새로운 메타물질을 설계·개발했다.

그 결과, 기존 테라헤르츠파 기술로 영상화가 어려운 극미량의 생체 조직의 선명한 영상을 촬영했다. 형광물질이나 방사성동위원소와 같은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기존 영상장치와 유사한 수준의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된 것.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해 뇌 속에 극미량만 존재하고, 치매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플라크’ 단백질을 관찰했다.

기존의 영상 진단 방법에서는 영상의 명암 차이를 통한 상대적인 비교만 할 수 있었으나, 테라헤르츠파는 분자들의 상태에 민감하기 때문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된 양까지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서 박사는 “인체 내 다양한 질병 원인 물질을 조영제 없이 직접 검출함으로써 치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 진단 기술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예를 들어 인체 내 암 조직 등을 조영제 없이 선명한 경계면을 확인하는 영상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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