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다시 이건희…그를 뛰어넘어야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10.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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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28일 런던올림픽파크 아쿠아틱센터에서 '마린보이' 박태환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다. 경기장을 찾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가족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이 회장 일가의 단란했던 한때다. / 사진=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2012년 7월28일 런던올림픽파크 아쿠아틱센터에서 '마린보이' 박태환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다. 경기장을 찾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가족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이 회장 일가의 단란했던 한때다. / 사진=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1987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첫마디.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매출 17조원 그룹 회장의 무게로 내놓은 첫 언어.
첫 포부. 첫 다짐.

세계 시장에서 보면 설익은 포부였을 수도 있었던,
뉴욕타임스의 이 회장 부고기사 표현대로
당시만 해도 '저렴한 상점에서 팔리는 값싼 텔레비전이나 믿을 수 없는 전자레인지를 파는 회사'의 수장이 밝혔던 격에 맞지 않던 원대한 이상.



하지만 삼성의 오늘을 이끈 것은 설익었을지 모를 그 한 마디.
2019년 삼성그룹 매출 314조원. 임직원 수 40만명.
반도체, 스마트폰, TV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대한민국 기업.

자신의 말이 현실이 되고
이만하면 됐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또다시 그의 입에서 터진 자문.



"이제는 삼성이 안 변하면 영원히 국가적으로 2류고 기업으로도 2류 내지 2.5류, 잘 해봐야 1.5류까지는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봅시다."
"지금이 진짜 위기입니다. 글로벌 일류 기업이 무너집니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겁니다."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옵니다. 휴대폰 품질에 신경을 쓰십시오. 고객이 두렵지 않습니까?"

이건희를 기업가 이전에 사상가, 혁신가로 기억하는 이유.
누구보다 언어의 힘, 이를 내놓기까지의 성찰과 그 이후 실행의 힘을 잘 알았던 사람.

그리고
그의 어록 마지막 장에 적힌 얘기.
2014년 신년사.
거인이 쓰러지기 불과 넉달 전에 내놓은 마지막 언어.


"다시 한번 바꿔야 합니다.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합니다.
미래를 대비하는 주역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마음껏 도전하기 바랍니다.
지난 20년 동안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뤘듯이 이제부터는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 나갑시다.
우리의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우리가
이건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이건희를 뛰어넘어야 하는 이유.

다시.
이건희(1942년 1월9일~2020년 10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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